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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코트 약한 페데러, 佛오픈 나달에 참패

입력 | 2008-06-10 03:00:00

황제의 굴욕‘테니스 황제’ 로저 페데러가 프랑스오픈에서 ‘클레이 코트의 제왕’ 라파엘 나달의 벽에 막혀 3년 연속 우승 문턱에서 탈락해 그랜드 슬램 달성에 또 실패하자 “당분간 나달과는 만나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숙였다. 파리=EPA 연합뉴스


‘황제의 굴욕’이었다.

남자 테니스 세계 최강 로저 페데러(27·스위스) 얘기다.

세계랭킹 1위 페데러는 9일 새벽 끝난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세계 2위 라파엘 나달(스페인)에게 0-3(1-6, 3-6, 0-6)으로 완패했다. 3세트에서 단 한 게임도 따내지 못하면서 경기 시간은 여자단식 정도인 1시간 48분에 불과했다.

대회 4연패를 달성한 나달은 환호한 반면 페데러는 3년 연속 이 대회 준우승과 그랜드슬램 달성 실패의 아쉬움에 고개를 숙였다.

보기 드문 참패를 당한 페데러는 “지난 몇 주 동안 참 잘해 왔는데…. 당분간 나달과는 만나고 싶지 않다”며 씁쓸해 했다.

페데러는 자신의 주무기인 서브 앤드 발리의 위력이 떨어지는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이 대회를 대비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준비를 했다. 출전 스케줄과 코치를 바꿨고 흙 코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을 연마했다.

하지만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친 나달의 예리한 패싱샷 때문에 네트 앞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았고 백핸드는 짧기 일쑤여서 번번이 상대의 역습을 허용했다.

페데러와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한 ‘테니스 제왕’ 피트 샘프러스(미국) 역시 메이저 최다인 14개의 우승컵을 차지했지만 프랑스오픈에서는 13차례 출전해 우승 한 번 없이 1996년 준결승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다.

메이저 12승을 거둔 페데러도 자칫 샘프러스처럼 ‘파리 징크스’에 사로잡혀 그랜드슬램의 과제를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기는 게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온다.

내년 프랑스오픈까지 다시 1년 동안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된 페데러는 일단 이달 말 윔블던에서 심기일전에 나선다.

올 2개 메이저대회에서 아직 우승이 없는 페데러지만 윔블던대회만큼은 그가 지난해까지 35연승을 질주하며 5연패를 이룬 텃밭. 지난해 결승에서 페데러는 5세트까지 가는 풀세트 접전 끝에 나달을 꺾고 타이틀을 지켰다.

붉은 흙에서 푸른 잔디로 무대를 바꿔 맞붙게 될 페데러와 나달의 리턴매치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