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총재, 서청원 고문, 그리고 이재오 최고위원, 이들 3인의 행보가 한나라당의 파행(跛行) 상태를 선전하는 듯하다.
이 최고위원은 그제 한 신문 인터뷰에서 “당내에 아직 이명박 후보를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있는데 결코 좌시(坐視)하지 않겠다”고 했다. ‘좌시하지 않겠다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는 반발이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이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재섭 대표가 자제를 당부하자 주먹으로 탁자를 쳐 가며 “아직도 경선 중인 줄 아느냐”고 호통까지 쳤다. 지금도 저러는데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이 최고위원이 무슨 일을 벌일지 몰라, 일찌감치 이 후보 지지를 철회하는 유권자가 늘어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다.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선 후보를 돕는 것은 모든 당원의 본분이다. 지난날 총재를 지냈건, 경선에서 겨뤘건 지금 자당(自黨) 후보를 흔드는 것은, 아무리 나름대로 명분이 있더라도, 결국은 소리(小利)를 위해 도의(道義)를 저버리는 행위다. 국민이 이런 이중 플레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런 인물은 국가 원로(元老)로서도, 미래 지도자로서도 국민의 신망을 못 얻어 끝내 실패할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를 흔드는 세력이 당 일각에 있다 하더라도 한나라당이 이 후보의 1인 지배 정당이 아닌 이상, 과거의 ‘제왕적 후보’처럼 힘으로 지지를 강제할 수는 없다. 비협조 세력 또는 사실상 반대 그룹이 마음을 돌려 돕도록 성의를 다하고 이익도 나눠야 한다. 그런데도 이 최고위원은 독선적 언행으로 분열의 골을 더 깊게 파고 있다.
서청원 고문은 당내 반(反)이명박 세력의 수장 같은 행보를 보인다고 한다. 무언가 정치적 이득을 꾀하려는 것이겠지만 한나라당의 정권 탈환을 바라는 다수 국민에게 그가 어떻게 비칠지 짐작이 된다. 2002년 당대표로 이회창 후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서 고문은 한나라당의 꼬리표가 되다시피 한 ‘차떼기 당’의 주역이었다. 최근 어느 실무 당직자는 5년 전 대선 때를 회고하며 “우리가 1원을 아끼던 그 순간, 바로 옆방에서는 수백억 원의 돈이 굴러 다녔다는 사실을 알고 이 총재님과 서 대표에게 인간적 배신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회창 전 총재는 ‘지금은 지금이고 그때는 그때(此一時 彼一時)’라며 정계은퇴 번복과 ‘대선 3수(修)’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이명박 후보가 중도 하차하는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은 가히 ‘쿠데타적인 발상’에 가깝다. 다수의 한나라당 지지자가 은인자중하며 말을 아끼고 있음을 이 전 총재는 느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