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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34년 美신동 배우 셜리 템플 데뷔

입력 | 2007-04-19 03:01:00


1934년 4월 19일 셜리 템플이 ‘일어나 환호해(Stand Up and Cheer!)’로 영화에 데뷔했다. 그의 나이 여섯 살 때였다. 일찍이 TV드라마에 출연해 ‘천재 아동’의 능력은 이미 보장받은 터였다.

셜리 템플은 세 살 때 무용학교에 들어갔다. 한 영화사의 캐스팅 담당자가 무용학교를 방문하면서 그의 연기 인생이 시작된다. 꼬마는 낯선 사람을 보자마자 피아노 뒤로 숨었지만, 담당자는 한눈에 미래의 스타를 알아봤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놀 시간에 셜리는 방송사 스튜디오에서 스태프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여덟 살이 될 무렵 셜리는 1년에 5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기업’이었다. 금발의 곱슬머리, 볼에 보조개가 들어가는 귀여운 소녀는 연기뿐 아니라 노래도 무용도 잘하는 만능 탤런트였다. 더욱이 셜리 템플이라는 이름 자체가 브랜드가 됐다. 영화 속 의상이 입혀진 셜리 템플 인형은 히트 상품이었다. 레코드판, 컵, 모자, 옷 등 셜리 템플 얼굴이 찍힌 제품이라면 사람들은 앞 다퉈 사들였다.

셜리 템플이 활약했던 때가 1930년대 경제 공황기였음을 생각한다면, 이런 구매력은 놀랍다. 그렇지만 셜리 템플의 영화 속 모습을 떠올리면 가난한 관객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짐작할 만하다. 이 통통하고 명랑하고 기운찬 소녀가 사람들에겐 위로였고 소망이었다. 셜리는 클라크 게이블, 로버트 테일러, 게리 쿠퍼 같은 유명한 배우들을 누르고 3년 연속 ‘박스 오피스 챔피언’에 오를 만큼 인기를 모았다.

‘아역 배우’ 이미지를 고수하느라 영화 관계자들은 셜리의 나이를 일부러 속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성장을 멈출 수는 없다. 1938년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촬영 무렵 셜리를 스칼릿의 막내딸 보니로 캐스팅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그러기엔 너무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자라면서 그의 인기는 시들해졌고, 많은 배우가 연기 이력을 시작할 무렵인 21세 때 은퇴를 선언했다.

놀라운 것은 셜리가 ‘망가지는 아역 배우 출신’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한때는 잘나갔는데…”라며 한탄하는 대신 그는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었다. 그는 1960년대에 정계에 입문해 가나와 체코슬로바키아의 미국 대사를 지내는 등 공직 활동으로 이름을 날렸다. 셜리는 지난해 미국배우협회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수상 당시 미국배우협회 회장 멜리사 길버트는 “그는 주목할 만한 삶을 살아왔다”고 평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