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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경제읽기]日유통공룡들의 힘

입력 | 2007-03-13 03:01:00

일본 군마 현 다카사키 시에 있는 이온의 점포 내부. 3층짜리 쇼핑몰 안에 170개 전문매장이 들어서 있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전략적 제휴와 인수합병(M&A)을 통한 일본 유통업체의 몸집 불리기 경쟁이 불꽃을 뿜고 있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 이온은 1970년대 일본 소매업계의 제왕으로 군림했으나 거품경제 붕괴 과정에서 도산한 다이에와 자본 및 업무 분야에서 제휴하기로 했다고 9일 발표했다. 이온은 16일 다이에의 최대 주주인 마루베니로부터 지분 15%를 사들여 2대 주주로 올라선 뒤 다이에에 임원 3명을 파견할 계획이다.

옷감과 방물을 파는 구멍가게에서 출발해 250년의 역사를 이어온 이온은 모든 일본 기업을 통틀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M&A에 능한 기업. 장기를 십분 발휘해 연간 매출액이 6조1500억 엔(약 49조2000억 원)에 이르는 초대형 유통연합체를 출범시키는 데 성공한 이온은 지금까지 아시아 최대의 유통업체의 자리를 차지해 온 세븐&아이홀딩스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

세븐&아이홀딩스는 편의점인 세븐일레븐과 종합 슈퍼인 이토요카도를 거느리고 있으며 연간 연결매출액이 5조3800억 엔에 이른다. 세븐&아이홀딩스는 2005년 말 세이부백화점과 소부백화점을 인수해 월마트, 카르푸, 로열 어홀드, 메트로에 이어 유통업체 외형 세계 5위로 올라선 바 있다. 당시 이 M&A는 ‘편의점이 백화점을 삼켰다’고 해서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유통업계의 짝짓기 바람은 가격 파괴 경쟁이 가장 치열한 전자양판점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전자양판점 매출순위 2위를 달려온 에디온은 지난달 수위업체인 야마다전기에 맞서기 위해 매출액 순위 8위인 빅쿠카메라와 제휴했다.

일본 유통업체들이 대형화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단 하나. 협상력을 높여 제품 조달 원가를 낮추기 위해서다.

이런 현상을 바라보는 경제주체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공룡 유통업체’들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납품가를 낮춰야 하는 제조업체와 도매업체들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반면 끝없이 이어지는 할인 경쟁으로 장바구니가 무거워진 소비자들은 환영 일색이다.

속내가 가장 복잡한 곳은 정부다. 소비자들이 싼값에 좋은 물건을 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10여 년째 디플레이션(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에 시달려온 일본 정부로서는 소비자물가지수 하락이 가장 겁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