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 ㈜인베스투스글로벌 전 회장. 자료사진 동아일보
부실기업 인수 청탁 및 알선과 관련해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재록 ㈜인베스투스글로벌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문용선 부장판사)는 16일 부실기업 인수 청탁 및 대출 알선과 관련해 업체 3곳으로부터 14억500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등으로 기소된 김재록 ㈜인베스투스글로벌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26억73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공소사실 중 의뢰인들을 중개해서 자금을 알선해 준다는 명목으로 돈을 수수한 사실이 일부 유죄로 인정된다. 피고인이 자문계약을 맺고 의뢰인들에게 편의ㆍ노무제공 등의 자문을 해준 행위는 대부분 회계법인이 하고 있는 정당한 행위이지만 일부 경계를 넘어서서 법이 금한 `알선'에 해당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알선 행위가 어느 범위까지 처벌받는 것인지 판단이 애매한 부분이기는 하다"며 "피고인이 금융기관에 자문ㆍ용역을 제공하고 대출조건을 소개ㆍ비교한 행위, 자금조달 방식을 소개해 준 행위는 정상적인 노무ㆍ편의 제공이어서 특경가법상 알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개인적 친분을 이용해 금융기관 임직원과 직접 접촉하고 신속한 진행을 청탁한 행위는 중개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는 알선 행위로 봐야 한다"라며 일부 혐의에서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김씨가 ㈜스칼라스투자평가원장 정모씨로부터 신동아화재 인수를 돕는 대가로 1억5000만원을 받아 공무원 직무의 알선에 관해 돈을 받은 혐의와 모 식품업체와 관련해 알선 행위를 하고 돈을 받은 혐의, 정건용 전 산은 총재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에 대해서는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재판장은 판결 선고시 이례적으로 수사단계에서 김씨가 `금융 브로커'로 과장돼 알려지며 인권이 침해된 점에 대한 의견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재판부는 "재판도 하기 전에 피고인의 피의사실이 상세히 알려지면서 `악질의 죄인'이고 당연히 유죄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 인양 알려졌던 사실이 있다. 그러나 악질 죄인이 아닐 수도 있고, 선처받을 만한 사정이 드러날 수도 있는데도 한 번 피고인이 입은 명예의 손실, 고통, 치욕, 사회에서 입은 상처는 설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난다 해도 보상받거나 치유될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재판도 하기 전에 피의사실이 알려지는 것은 극히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하며 우리 사회도 조금 성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서도 "미국연방법원에서 `양형 가이드 라인'에 대해 위헌 판결이 난 바 있다. 우리도 양형 사유를 충분히 참작해 형을 정하지만 미국의 사례는 `무슨 피의사실에는 무슨 죄'라는 식으로 기계적으로 당연히 양형이 이뤄져야 한다는 식의 사고는 옳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경영자문과 기업구조조정 등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하는 기업인일 뿐 수사 당시 알려졌던 것처럼 금융질서를 어지럽히는 `금융 브로커'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아무 것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