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웅 국방부 장관에 이어 사의를 표명한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25일 통일부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전날 노무현 대통령과의 오찬 자리에서 사의를 표했다고 밝히고 있다. 신원건 기자
두 실장 무슨 얘기 나눌까 차기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유력시되는 송민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왼쪽)과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안토니오 사카 엘살바도르 대통령 방한 환영식 도중에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광웅 국방부 장관에 이어 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주도해 온 이종석 통일부 장관도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들의 사의를 받아들여 내주 중 정부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전면 개편을 단행할 방침이다. 현 정부 출범 후 외교안보라인 전면 개편이 이뤄지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어서 향후 대북, 대미 정책 기조의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장관은 24일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하면서 사의를 표명한 뒤 25일 오전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공식적으로 사의를 전달했다. 이 장관의 후임으로는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이 유력한 가운데 열린우리당 문희상, 신기남 의원, 이재정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등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외교안보라인 개편 전망과 관련해 정부 일각과 야당에서는 “이제 돌려막기 인사 좀 그만 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실상 문책인사’=이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해서 그동안 해 온 노력과 성과들이 무차별적으로 도마에 오르고 정쟁화되는 상황에서 나보다 능력 있는 분이 이 자리에 와서 극복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정치 공세가 상당히 강해서 이 장관이 원만하게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통일부 장관으로서 대북정책 수행과정에서 큰 과오가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해 자신의 퇴진을 포용정책 실패로 연결짓는 관측을 부정했다.
그러나 정부 내에선 이 장관의 퇴진이 북한 핵실험 사태에 미숙하게 대응한 데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이 장관이 핵실험 직후 노 대통령이 ‘대북 포용정책의 조정’ 가능성을 얘기한 뒤에도 지나치게 포용정책을 고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는 것.
또 이 장관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를 확대하는 데도 부정적이어서 PSI의 참여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는 송민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이견을 보이는 것도 향후 대북정책을 펴나가는 데 부담이 됐다고 한다. 실제 외교통상부를 비롯해 정부 내에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움직임에 미온적인 태도로 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곤란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부 관계자는 “이 장관 사의를 받아들인 배경엔 정부 내 통일된 기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장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보이는 미국 측을 의식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 상황을 인정할 수 없어 ‘야당의 정치공세’를 교체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사정으로 볼 때 정부가 겉으로는 ‘포용정책 기조불변’을 내세우면서도 내면적으로 포용과 압박을 병행하는 쪽으로 방향타를 조금씩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자주파’의 아성 무너지나?=이 장관의 교체와 함께 외교안보라인의 무게 중심이 자주파에서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동맹파로 조금씩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장관은 여권 내 강경파로부터 ‘위장 숭미(崇美)파’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그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시절부터 남북관계를 중시하는 자주파의 상징이었다.
실제 이 장관이 NSC 사무차장으로 있던 지난해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미국의 핵우산 조항 삭제를 추진했고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 장관과 함께 자주파로 분류되는 서주석 대통령안보정책수석비서관이 청와대를 떠나 국방부 차관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회전문 인사”=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송민순 실장이 외교부 장관으로 유력하고 송 실장의 자리에는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네 번째 부름을 받은 김병준 정책기획위원장의 임명장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왕의 남자’들에 대한 회전문 인사가 계속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SCM에서 조롱거리로 전락한 윤 장관을 국정원장 등 요직에 임명한다면 그 같은 회전문 인사를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