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겸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군의 최고 계급인 상장(上將·한국의 대장에 해당)을 대폭 늘려 임명하고 군인 월급을 평균 2배 올리는 등 ‘군심(軍心)잡기’에 나섰다.
이번 조치는 군의 사기 진작과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것이라지만 결과적으로 군에 대한 후 주석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수뇌부 늘려 군권 장악=중국 관영 신화(新華) 통신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4일 후 주석이 10명의 고급 군관을 상장으로 승진시켰다고 보도했다. 27명이던 상장(무장경찰 상장 3명 제외)은 이에 따라 37명으로 늘어났다. 후 주석의 무더기 상장 승진 인사는 규모와 형식면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이 인민해방군에 계급제를 도입한 1955년부터 지금까지 배출된 상장은 모두 164명. 중국은 1955년 55명을 한꺼번에 상장으로 임명한 뒤 격변기가 아니면 10명 이상을 상장으로 승진시킨 전례가 없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경우 국가중앙군사위 주석을 맡은 15년 동안 79명의 상장을 임명하는 데 그쳤다.
홍콩 언론들은 이번 인사가 내년 가을 열릴 예정인 중국 공산당 제17기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후 주석이 군권을 확실히 장악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장으로 승진한 10명 가운데 7명이 정치위원이라는 점도 이번 인사가 인민해방군의 무장역량 강화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승진자 가운데 난징(南京) 및 청두(成都) 군사령부 사령관과 국방대학 교장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은 모두 정치위원이다.
▽월급 올려 군심 잡기=홍콩 싱다오(星島)일보는 이날 중국 인민해방군이 다음 달 1일 건군 79주년을 맞아 기본급과 직무수당 등을 평균 2배 인상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임금인상폭은 중국군 건군 이래 최대 규모다.
중국 군 당국의 임금 인상은 장 전 주석이 1998년 인민해방군의 기업 경영을 금지한 뒤 군 내부의 불만이 높아진 점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는 임금 인상 결정과 관련해 ‘후 주석 만세’를 외치며 그를 찬양하는 글이 상당수 오르고 있다. 군심 잡기에 성공한 셈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