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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 죄책감 돈으로 해결”…‘그린 업그레이드族’ 확산

입력 | 2006-06-26 03:06:00


‘환경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행동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면?’

생활 패턴을 크게 바꾸지 않고도 환경보호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 미국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환경보호 기금을 내는 ‘그린 업그레이드(Green Upgrade)’족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컨저베이션펀드, 카본펀드, 테라패스, 그린태그USA 등 주요 환경단체는 그린 업그레이드족이 자기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을 쉽게 계산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가정 내 에너지 사용량과 교통수단 이용 정도를 입력하면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추산해서 기부금 규모를 알려주는 것.

두 자녀를 둔 미국 가구의 연간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20t. 환경단체마다 산출 방식에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이 정도의 배출량이면 연간 50∼100달러의 기부금을 내면 된다. 현재 미국에서 그린 업그레이드족은 200만∼300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환경단체들은 거둬 들인 기부금을 주로 나무 심기와 환경 정화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구체적인 기금 사용 명세는 정기적으로 기부자들에게 통보된다. 환경단체의 기부금 사용을 평가해서 우수 단체에 증명서를 교부하는 비영리그룹도 생겨 나고 있다.

비영리 환경단체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그린 업그레이드족을 겨냥하고 있다. 기업들은 동일한 상품에 10∼20% 비싼 가격을 붙인 ‘그린 태그’ 상품을 별도로 출시하고 있다. 그린 태그 상품을 판매해서 얻은 이윤을 환경보호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

대형 호텔체인인 레넉스그룹은 올해 초 대중교통 무료승차권을 추가한 숙박 상품을 선보였다.

일반 상품보다 비싸기는 하지만 자가용 이용을 줄이려는 그린 업그레이드족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호텔은 이 상품을 판매해 얻은 추가 수익금으로 재생에너지를 구입하고 있다.

그린 업그레이드족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기부금을 ‘교환’하는 것은 근본적인 환경보호 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

그린 업그레이드족에게서 기부금을 받는 일부 환경단체가 환경보호보다 영리적 투자 활동에 골몰하고 있는 것도 비난 요인이 되고 있다.

환경단체인 천연자원보존협회(NRDC)의 대니얼 라스호프 국장은 “바쁜 현대사회에서 돈으로 환경보호 의식을 보상하는 그린 업그레이드족의 출현은 예견됐던 일”이라며 “그린 업그레이드족은 기부금을 받는 환경단체와 기업의 투명성을 꼼꼼히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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