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공항에 대기 중인 北여객기14일 오후 중국 광저우 국제공항에 대기 중인 북한 고려항공 여객기의 모습.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수행하고 온 북한 경제 관료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객기 주변에는 외부인의 접근을 막는 줄이 쳐져 있다. 광저우=연합뉴스
중국 남부 광둥(廣東) 성을 시찰 중인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15일 오후 선전(深(수,천))을 출발해 귀로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의 초점인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은 ‘이미 마쳤다’는 설과 ‘임박했다’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북-중 정상회담 이뤄졌나=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10일 밤 베이징 외곽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진 뒤 11일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며 “김 위원장이 이때 후 주석을 만나고 남부 시찰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후 주석의 11일 동정이 외부에 공표되지 않은 사실을 지적하면서 김 위원장이 이미 베이징에서 후 주석과 만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다른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2001년 1월 방문했을 때는 상하이(上海)를 먼저 둘러보고 귀로에 베이징에 들러 장쩌민(江澤民) 당시 주석과 회담했다”며 이번에도 ‘귀로 회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럴 경우 17, 18일 후 주석과의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후 주석이 14일 광저우(廣州)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인 푸젠(福建) 성 샤먼(廈門)에서 대만 기업인들을 만났다는 신화통신의 보도가 나온 직후 두 정상이 광저우, 선전, 샤먼 중 한 곳에서 회담을 가졌을지 모른다는 추측도 나돌았으나 현지 소식통들은 “의전 관례로 볼 때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김정일 호화여객선 유람
중국 광저우를 방문 중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3일 밤 호화 여객선을 타고 주장 강을 유람하는 모습이 일본 TBS TV에 포착됐다. 주장 강은 광저우 시내를 관통해 흐르는 강으로 김 위원장이 묵은 바이톈어 호텔이 강변에 있다. 김 위원장으로 추정되는 인물(①)이 인민복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느긋한 자세로 광저우 시 당 관계자(②)의 설명을 듣고 있다. SBS TV화면 촬영
▽선전 등 경제특구 왜 방문했나=김 위원장은 14, 15일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인 선전의 난산(南山) 과학기술단지 내 하이테크 업체와 공업구를 집중 시찰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언론들은 김 위원장이 이 기간 중 마카오 인근의 또 다른 경제특구인 주하이(珠海)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의 한 북한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중국 개혁개방의 산실인 선전 등을 방문한 것은 향후 북한의 경제특구 개발 청사진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며 “특히 경제특구의 성패를 좌우할 외부자원 도입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전과 주하이는 홍콩과 마카오의 화교 자본 유치를 노린 경제특구. 김 위원장도 비슷한 구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장쩌민이 동행?=김 위원장의 광저우행에는 장 전 주석도 동행했다고 홍콩의 밍(明)보가 15일 보도했다.
밍보는 김 위원장이 단둥에서 베이징을 경유하지 않고 상하이로 이동해 장 전 주석의 환영연에 참석한 뒤 장 전 주석, 리창춘(李長春) 정치국 상무위원 등과 함께 중국의 ‘남대문’으로 불리는 광저우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金, 광둥성 서기와 ‘인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 개혁개방의 선구도시들을 집중 시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북한이 추진 중인 평안북도 철산군 대계도 경제특구 건설계획(본보 2005년 12월 1일자 A1면 참조)이 최근 급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베이징 조중(朝中)경제문화교류센터(조중센터)의 고위관계자는 15일 “최근 대계도 특구의 명칭을 ‘장군항 독립경제구’로 붙이는 데 합의했고 현재는 실무책임자를 인선하기 위한 최종 물밑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중센터’는 지난해 4월 북한 당국으로부터 중국 본토와 대만, 홍콩, 마카오 지역의 유일한 대북 투자 유치 대표로 인정받은 단체.
이 고위 관계자는 또 “앞으로 북한의 대외경제교류와 합작은 한국의 투자가 중심이 되는 ‘개성공업단지’, 러시아 및 중국 투자를 노린 ‘나진선봉 경제특별구’, 중국 투자를 겨냥한 ‘장군항 독립경제구’의 삼각 형태를 띠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군항 독립경제구를 건설하기 위한 양국 실무진의 검토 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 김 위원장의 결단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이번 중국 방문에서 어떤 구상을 하느냐에 따라 철산 지역이 ‘북한판 선전(深(수,천))’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
북한과 중국은 지난해 ‘상호투자보호협정’을 체결해 투자 및 경제기술교류에 필요한 법적 제도도 마련했다.
장군항 독립경제구의 면적은 백지화된 신의주 특구 예정 면적의 약 1.5배인 200km². 남쪽 끝은 철산군 기봉리이며 북쪽은 경의선과 접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