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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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응모한 작품 수는 총 152편이었다. 장르별로 보면 멜로나 휴먼드라마가 70여 편으로 50% 정도를 차지했고, 스릴러물 30여 편 외에 로맨틱 코미디, 사극, 호러, SF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러한 특징은 최근 한국영화의 흥행 흐름을 반영하는 듯하다. 예전에는 코미디 장르가 주를 이루었는데, 이번에는 ‘말아톤’이나 ‘웰컴 투 동막골’이 보여주듯 따뜻한 이야기나 감동스토리가 많았다. 아쉬운 것은 소재 중심이 아니라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가늠하게 하는, 보다 영화적인 형식을 갖춘 작품을 발견하기가 힘들었다는 점이다.
최종 두 편의 작품을 당선작 후보로 올렸다. 우선 ‘우리 윤주씨를 소개합니다’는 이야기 설정과 캐릭터 구축이 훌륭했다. 철부지 미혼모 엄마와 성숙한 열한 살 서준이 겪어내는 잔잔한 일상이 심금을 울린다. 하지만 시한부 인생이라는 설정과 이야기가 단숨에 끝을 향해 치닫는 것은 작가로서의 큰 한계로 보인다. 영화적인 깊이와 긴 호흡을 갖추는 데 실패했다.
한편 ‘트라우마’는 뻔한 설정과 전형적인 스릴러 형식이라는 함정에 빠지기 쉬운 이야기였다. 이런 한계를 치밀한 구성과 예상 밖의 캐릭터 구축을 통해 극적 긴장과 호흡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설정이 다소 부담스러운 것은 흠이나, 조형사의 트라우마가 빚어내는 운명과 비극을 영화적인 캐릭터로 잘 살려냈다. 몇 가지 단점이 엿보이나 작가로서의 가능성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되어 당선작으로 뽑았다.
이 외에 ‘처음, 만나는 자유’와 ‘데칼코마니’는 작품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으나, 작가로서의 세공미가 많이 부족했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연마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이승재 LJ필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