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박물관/김신용 사진·손현숙 우찬제 글/356쪽·1만8000원·현암사
“시는 언제나 시의 위기를 내포하고 있는 것! 이와 함께 시는 언제나 그런 시의 위기를 넘어서는 자유의 새로운 매혹 가운데 있는 것!”(고은)
오랫동안 잊혀져 있던 시가 ‘시의 주인’인 시인을 대동하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시가 홀대받는 시대에 후배 문인이 가슴으로 쓴 산문과 시인론, 그리고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귀환했다.
이 책은 시, 글, 사진으로 읽는 시인의 초상이다.
‘꽃’의 시인 김춘수에서 세기말에 주목받는 ‘햇빛 속의 호랑이’의 최정례까지 한국 현대시인 58인을 엄선했다. 생존 문인을 원칙으로 했으나 책이 나오기 전 김춘수, 구상 시인은 세상을 떴다.
‘시 읽기의 혁명’을 도모하며 문단의 파벌이나 줄서기를 철저히 배제했다. 작품 세계만을 평가했다. 순수시와 참여시, 도시와 자연의 풍경, 내면과 사회의 문제…. 정희성과 황지우, 김지하와 신달자, 김언희와 김기택…. 시와 시인은 아무 경계 없이 어울리며 우리 현대시의 지형도를 그려낸다.
우리는 여기서 시인의 한 생애가 오롯이 담긴 몸의 시, 펜을 쥐고 쓴 굳은살이 박인 손의 시, 시인의 삶 행간에 묵묵히 새긴 발자국의 시를 본다.
이 책은 시인 손현숙과 사진작가 김신용 부부가 3년 동안 작업했다. 여기에 문학평론가 우찬제가 전작(全作)으로 쓴 시인론이 보태졌고 시인들은 시보다 더 시다운 친필을 남겼다.
구상 시인의 마지막 친필은 우리 시대에 던지는 잠언이 되었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이다!”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