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가 내년에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자동차 생산부문 세계 왕좌에 오를 것임을 사실상 선언했다.
그 충격으로 GM의 주가는 1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도요타는 다이하쓰공업과 히노자동차를 포함한 도요타그룹의 내년 생산목표를 전년보다 10% 늘린 906만 대로 정했다고 20일 공식 발표했다. 499만 대는 일본에서, 407만 대는 해외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GM은 아직 내년 생산 계획을 공표하지 않았으나 도요타를 밑돌 것이 확실하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고 있다.
올해 말까지 계획된 GM의 생산 대수는 908만 대. 외견상의 수치만 보면 예측 불허의 승부라는 분석도 나올 법하다. 하지만 GM은 극심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감산(減産)을 피하기 어려워 싱거운 승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GM은 우선 내년에만 북미에 있는 완성차공장 3곳의 문을 닫을 예정이다. 2008년까지 모두 9곳을 폐쇄해 북미지역 생산량을 520만 대에서 100만 대로 줄인다는 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
반면 도요타는 경영 전반이 순조로워 생산 이외의 부문에서도 ‘저무는 GM, 떠오르는 도요타’의 대비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도요타는 내년 국내시장에서 247만 대, 해외시장에서 638만 대 등 올해보다 9% 늘어난 885만 대의 판매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국내시장의 예상 판매신장률은 4%에 불과하지만 해외시장의 판매신장률은 12%에 이른다.
언론들은 잘나가는 도요타가 가장 조심해야 할 점은 ‘GM 몰락의 원인’으로 지목돼 통상마찰의 역풍(逆風)을 맞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요타가 최근 GM이 보유하고 있던 후지중공업 주식 3억1500만 달러어치를 매입해 자금의 숨통을 틔워 주는 등 ‘GM 구하기’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편 도요타의 내년도 생산·판매 계획이 전해진 20일(현지 시간) 미국 주식시장에서 GM의 주가는 19.85달러로 급락했다. 이는 1987년 10월 ‘검은 월요일(블랙 먼데이)’ 이후 최저치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