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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민전, 姜교수 글 反美선동-對南선전에 이용

입력 | 2005-10-14 03:01:00

반제민족민주전선(반민전)의 홈페이지인 구국전선의 초기화면(오른쪽)과 이 홈페이지에 실린 동국대 강정구 교수의 ‘친미 예속 사대주의자들을 비판한다’는 제목의 칼럼. 국가정보원 등은 지난해 11월 정보통신부에 요청해 국내에서 이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했다. 본보는 관계기관의 협조로 이 홈페이지 화면을 입수했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반제민족민주전선(반민전)의 홈페이지인 ‘구국전선’에 강정구(姜禎求) 교수의 논문과 칼럼, 발언록 등이 다수 게시된 것이 밝혀지면서 이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현재까지 누가 이 글을 왜 게시했는지, 또 강 교수가 이 과정에 개입했는지는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어떤 글이 게시됐나=구국전선 홈페이지는 김일성(金日成), 김정일(金正日) 부자의 우상화 자료집 및 대남 선전글이 주로 게재된다.

또 백두넷, 조선신보 등 해외에 서버를 둔 다른 친북 사이트들과 링크되어 있어 남한의 반미 운동단체나 진보단체 등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강 교수의 경우처럼 개인의 논문이나 칼럼이 게시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구국전선에 게시된 강 교수의 논문과 칼럼, 강연록은 ‘반맥아더백서’ ‘통일여명’ ‘반미백서’ ‘통일백서’ 등으로 나뉜 카테고리에 분산되어 저장돼 있다.

검경은 이 가운데 반맥아더백서를 주목하고 있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을 ‘분단을 주도한 원흉’ ‘식민지점령 총독’ 등으로 규정한 강 교수의 주장이 남한의 진보세력과 북측 대남선전기구의 논리적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반맥아더백서에는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미국의 한반도 전략과 조선의 분단’ 등 강 교수의 칼럼이 실려 있다. 강 교수는 칼럼을 통해 “맥아더와 같은 전쟁미치광이가 무려 26개의 원자탄을 떨어뜨리려고 발버둥쳤던 시점부터 외세인 미국이 좌지우지하는 기막힌 현실 속에 우리 모두는 살아 왔고 또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홈페이지에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약 2년 동안 강 교수가 집필한 ‘친미예속 사대주의자들을 비판한다’(칼럼), ‘6·15 선언 두 돌과 한반도 전쟁위기’(논문) 등 10여 편이 실려 있다.

이 홈페이지는 2001년 만경대 필화사건으로 강 교수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되자 강 교수의 반박과 남한 내 각계의 우려 등을 상세히 전달했다.

▽의미와 파장=반민전 측이 강 교수의 글 가운데 북측 입장에 맞는 부분만 발췌해 올렸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검경은 강 교수의 주장 중 상당수가 북한 입장과 일치한다면 강 교수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찰이 검찰에 강 교수의 주장을 그대로 전한 조선중앙방송 보도 내용을 증빙자료로 보낸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경찰의 한 수사 관계자는 “강 교수가 적극적으로 찬양 또는 고무하지 않았더라도 최소한 동조한 것은 확실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강 교수는 “구국전선은 물론 내 글이 그곳에 게시된 사실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檢警 구속 주장 이유는

검찰과 경찰이 여권 인사들의 적극적인 옹호 발언에도 불구하고 강정구 교수의 구속 수사를 고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찰이 검찰에 제출한 구속의견서와 검찰이 작성한 구속영장을 분석해 보면 그 배경이 확연히 드러난다.

검경은 강 교수의 최근 행적과 발언이 △북한노동당 통일전선부 소속 대남전위기구 반제민족민주전선(반민전)의 지령과 행동지침을 따라 학문의 범위를 벗어났으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중대 사안이고 △‘재범’인데도 반성의 기미가 전혀없다는 논리를 폈다.

특히 검경은 강 교수의 잇단 발언과 올해 반민전 투쟁지침과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강 교수는 6월 30일 인천 통일연대 주최 토론회에서 ‘6·25전쟁의 역사적 재조명과 맥아더의 재평가’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맥아더의 본색을 제대로 알면 (동상은) 당장 부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통일연대 대표를 지냈으며 현재 지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 교수는 또 7월 17일 인천에서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를 놓고 보수와 진보단체들이 충돌한 직후인 같은 달 27일 데일리서프라이즈에 “6·25는 북한 지도부에 의한 통일전쟁”이라고 이전 주장을 되풀이했다.

경찰 관계자는 “동상 철거론자에게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이 문제가 대중적인 이슈가 된 것을 우연의 일치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강 교수가 자신의 행적을 추궁하면 침묵으로 일관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한 공안 관계자는 “강 교수의 발언과 행동은 대한민국 정체성에 관한 중대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은 인권 옹호를 이유로 불구속 수사 지시를 내렸지만 강 교수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황에서 같은 범법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고 말했다.

강 교수에게 적용된 혐의는 국가보안법 7조 1항(찬양·고무) 및 7조 5항(이적표현물 제작 및 배포) 위반이다. 북한의 사상에 동조하고 있으며, 이를 강의 자료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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