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터무니없는 환율을 인위적으로 유지하는 바람에 미국은 막대한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는 겁니다.”
8월 미국에서 ‘중국 때리기’의 첨병으로 평가받고 있는 CNN의 인기 앵커 루 답스 씨가 방송에서 던진 말이다. 당시는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미국 석유회사 유노칼 인수를 시도하면서 미국 전역에서 중국 경계론이 확산되던 시점이었다.
올해 들어 미국 언론에는 ‘차이나 쇼크(China Shock)’, ‘부상하는 중국(Rising China)’ 등의 제목이 부쩍 자주 등장하고 있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위치가 확대된 데다 중국이 미국 전체 무역수지 적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그런데 중국에 대한 태도는 때로는 ‘중국 경계론’은 넘어서 ‘중국 때리기’로 진행되기도 한다. 무역적자 등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가 사실상 중국 때문에 비롯됐다는 시각이다. 이 같은 ‘중국 때리기’는 대체로 정치권이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요즘 미국 의회에서는 중국을 겨냥한 법안과 결의안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민주당 찰스 슈머 상원의원이 발의한 법안으로 중국이 위안화를 충분히 절상하지 않으면 모든 중국 상품에 대해 27.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대표적 사례. 중국에 대한 이 같은 견제 여론이 커지면서 CNOOC가 도중에 유노칼 인수 의사를 접기도 했다.
반면에 월스트리트저널이나 뉴욕타임스 같은 권위지들은 “무조건적으로 중국을 때리기보다는 부상하는 중국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미국이 대비해야 한다”는 균형 잡힌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영국의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현실과 거리가 있는 중국 때리기는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손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