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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다면”…육여사 저격사건 고통 술회

입력 | 2005-06-03 18:42:00

박근혜 대표가 강연에 앞서 대학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는 모습.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3일 “보수냐 진보냐는 이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당은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실용주의를 추구하겠다”고 당의 새로운 노선을 제시했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오후 경북대에서 열린 ‘희망학생연대21’ 초청 특별강연에서 “엄청난 저 출산과 고령화로 10년 뒤에는 나라 전체의 활력이 떨어진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10년 밖에 없다”면서 “앞으로 누가 한국의 선진화를 이룰 것인가를 놓고 경쟁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과거 한나라당이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당연히 해야 할 자기혁신을 못해 소위 진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권력을 장악하게 됐다”고 자성한 뒤 “그러나 지금은 많은 변화를 시도해 정책정당으로 가고 있다”고 역설했다.

박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와 관련된 자신의 어두웠던 과거를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강연을 듣기 위해 많은 학생들이 몰리면서 앉을 자리가 없는 학생들이 강단에 까지 올라가 있다.

박 대표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너무 고통스러워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아픔을 몰랐을텐데하는 생각을 했었다”며 "그러나 아버지를 도우며 빈자리를 메우다보니 나중에는 힘들어 할 여유도 없어지더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부모님이 모두 흉탄에 돌아가시고 힘든 세월을 보내면서 ‘바른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정치권에서 험한 일을 겪을 때마다 그 때의 교훈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학생들의 질문에도 스스럼없이 답변했다.

한 학생이 “어려운 정치판에서 품위를 유지하는 비결이 뭐냐”고 묻자, 박 대표는 “과거 힘든 시기에 마음을 다스려왔던 노력이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또 “20대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대학교 때 미팅을 한번도 못해봤다. 미팅도 하고 학생들이 많이 가는 곳에 놀러가고 싶다”고 대답했다.

이날 경연에는 1000여명의 학생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

(이 기사와 사진은 경북대학교 ‘희망학생연대21’ 소속 학생들의 협조를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