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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 잘한일” vs “배신자”…‘딥 스로트’ 둘러싼 논란

입력 | 2005-06-03 03:17:00


현직 FBI 부국장이 핵심 수사정보를 친분이 있는 기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옳은 일일까. 워터게이트 사건의 ‘딥 스로트’가 공개된 1일 미 언론과 정치권은 이런 질문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당시 보도를 주도했던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딥 스로트 말하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제보자인 마크 펠트 당시 FBI 부국장의 행동을 적극 옹호했다. 사설은 “그가 침묵했다면 미국의 사법제도를 전복시키려 했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중대한 권력남용에 성공했을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사설은 연방대배심의 조사내용 및 FBI 수사파일을 공개한 제보행위가 FBI의 기준과 법을 어긴 것이란 점은 분명히 했다.

닉슨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펠트 전 부국장을 비난했다. 닉슨 전 대통령의 특별법률고문으로 당시 7개월간 복역한 찰스 콜슨 씨는 “FBI의 제2인자가 컴컴한 주차장에서 수사정보를 팔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불안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참모는 “(자신이 몸담은) 행정부에 타격을 줘가며 기자와 협력한 그는 배신자”라고 쏘아붙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행정부 고위인사들은 이날 “익명의 제보자가 사법정의를 되찾은 이 사건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분명한 답을 피했다.

부시 대통령은 “내가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놀랐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고만 답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처음엔 “난 당시 외국에 있었다”거나 “보도 내용을 잘 모른다”고 빠져나가려 했다. 그러나 질문이 서너 차례 거듭되자 “(정부에) 잘못이 있으면 ‘리포트’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어디에 ‘리포트’하느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미디어 칼럼을 통해 “언론이 정부의 잘못을 밝혀내기 위해선 ‘익명의 제보’가 유일한 길일 수 있지만, 오늘날 급증한 ‘익명의 소식통’ 인용 관행이 폭로 내용이 항상 정확하다거나, 당파적 목적을 지닌 소식통 보호를 정당화시켜 주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펠트 전 부국장의 제보와 그에 기초한 워싱턴포스트의 당시 보도가 정당했다고 해서 언론의 ‘익명 보도’가 무조건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