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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세이]윤득헌/아테네의 감동을 생활속으로…

입력 | 2004-08-30 18:52:00


아테네 올림픽이 끝났다. 몸과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다리와 어깨가 가벼워진 느낌이랄까. 입맛도 좋아진 듯하다고 할까. 딱히 맞는 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발목을 잡히거나 짐을 진 적도 없고, 소화불량에 시달린 일도 없으니까. 하지만 공연히 생활리듬의 회복을 떠올리게 된 것은 아닐 게다.

한밤과 새벽의 올림픽 소식은 사실 조금 늦게 알아도 일상에 별 지장은 없을 터였다. 아침이면 잘 요약된 뉴스를 놓칠 까닭이 없으니 말이다. 한데 입술이 부르트면서도, 꾸벅꾸벅 졸다 정작 중요한 장면은 놓치면서도 굳이 TV 앞을 지키곤 했다. 그래야 궁금증이 풀려 개운해지고 뭔가 나라 사랑과 선수 사랑에 동참한다는 의식 때문이었다.

올림픽기간 내내 우려했던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평화의 제전이 테러의 표적이 되지 않을까’였다. 다른 하나는 ‘우리 선수단이 과연 금메달 13개에 금메달 순위 10위 이내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였다. 국제적으로 테러비상 요인이 상존했고, 우리의 금메달 목표는 초반 사격, 펜싱 등에서 차질을 빚어 줄곧 마음을 졸여야 했다.

아무튼 올림픽을 통해 또 한번 움직이는 세계를 읽게 됐다. 신과 사람의 대화 같은 스포츠 외적 주제를 음미해 볼 기회도 가졌다.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보고 듣고 느낀 스포츠의 재미와 감동이었다. 거기에는 물론 우리 선수단이 거둔 결실과 투혼도 포함된다.

따지고 보면 우리 선수단의 올림픽은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성공을 비율로 따지면 절반 이상은 될 터이다. 금메달 순위 목표는 이뤘으나, 금메달 숫자나 메달 획득 종목이 예상과 상당히 다른 것은 조사 분석의 실패라 할밖에 없다. 체조 양태영의 금메달 연기에 대한 어이없는 대처는 큰 잘못이다.

하지만 출전 24개 종목 중 유도(이원희) 탁구(유승민) 등 6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11개 종목에서 메달을 딴 것은 괜찮은 성과다. 물론 금메달 종목 수가 역대 최다는 아니지만 메달 종목의 다양화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여자핸드볼 대표팀, 사격의 진종오 선수, 역도 장미란 선수 등이 금메달 같은 은메달도 따냈고 아직 메달과는 거리가 있지만 수영에서 결선에 진출하고, 승마에서 10위 안쪽의 성적을 올린 것은 좋은 방향이다. 이는 20년 만에 두 자릿수 금메달(16개)을 기록하며 잔칫집 분위기인 일본에 놀라면서도 조금은 자위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본의 금메달 종목은 5개(우리에게는 없는 육상과 수영이 포함됐지만)이고 메달 종목은 11개다.

이제 올림픽 선수단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우리네는 일상의 리듬으로 돌아갈 시점이다. 아테네의 영광을 가슴에 안고 나름대로 베이징의 영광을 그릴 때다. 다만 간과해선 안 될 일은 올림픽의 영광과 감동은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스포츠가 한데 어울려야 커진다는 점이다. ‘상생(相生)’을 염두에 두고 밀고 당기기에 게으름을 피우지 말아야 한다.

그러한 작업에는 ‘올림피안’의 역할이 매우 크다. ‘올림피안 따라하기’ ‘올림픽 스타와 함께’ 같은 프로그램들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은퇴한 스타의 사회 참여가 아직은 부족하다. 당국과 체육계의 관심과 투자를 기대한다. 오래됐지만 동독의 ‘올림피아 랑데부’ 프로그램이 떠오른다. 연전 배드민턴 여왕 방수현의 초청 특강에 많은 학생이 몰렸던 기억도 스친다.

윤득헌 관동대 관광스포츠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