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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美와 싸울 각오 돼있다”

입력 | 2004-05-13 19:10:00


쿠바가 전시체제에 준하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온두라스 주재 알베르토 곤살레스 쿠바 대사는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의 침공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어떤 공격에도 맞서 싸울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쿠바 정부는 이에 앞서 10일 “미국의 도발에 맞선 근본적인 조치는 모든 국민이 전쟁 대비를 완벽하게 하는 일”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미 달러화 사용을 대부분 중지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이번 조치는 대부분의 물품을 달러로 구매하던 쿠바 주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이날 이후 외화상점들 앞에는 줄을 선 쿠바 주민들로 넘쳤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쿠바가 비상사태까지 선포한 것은 6일 발표된 미국의 제재조치 때문.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반(反) 카스트로 방송 및 쿠바 민주화운동 지원에 9500만달러를 책정하고 연 12억달러에 이르는 쿠바 송금액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지난해 10월 부시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진 ‘자유쿠바원조위원회’가 피델 카스트로 정권의 붕괴와 이후 들어설 민주정부 원조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한 데 따른 후속조치였다.

부시 대통령은 제재조치를 발표하면서 “쿠바는 카스트로의 독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해 과거의 경제제재와 달리 이번 조치는 ‘카스트로 정권 붕괴’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조치는 쿠바 내 저명한 반체제인사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반체제그룹 ‘캄비오 쿠바노’의 엘로이 메노요 의장은 “쿠바 문제를 간섭하기 위해 나온 소름끼치는 행위”라고 오히려 미국을 비난했다.

부시 행정부에 비판적인 매사추세츠공대(MIT) 놈 촘스키 교수는 “쿠바 제재는 이라크 점령의 실패를 모면하기 위한 새 표적 찾기”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외신 종합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