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사태' 이후 미국이 외국 유학생들에게 엄격한 비자제도를 시행하자 각국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영국 호주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미국 국제교육협회(IIE)는 최근 미국 대학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올 9월 신학기 외국인 유학생 등록이 1년전에 비해 줄었다는 응답이 전체의 46%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또 미국의 국제교육자협회(NAFSA)가 미국대학협회 등과 합동조사한 결과 과거의 유학생 감소는 경기불황이나 정치적 불안정 때문이었으나 이번에는 미국 정책변화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빅터 존슨 NAFSA 사무총장의 말을 인용해 AP통신이 2일 보도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미국에서 유학생 비자를 받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퍼진 것도 미국 유학을 꺼리게 만들고 있다고 IIE측은 지적했다.
미국행을 포기한 각국 유학생들은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리고 있어 올들어 영국 대학에 등록한 중국 학생은 전년보다 36%, 인도 학생은 16%가 각각 늘어났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호주도 이와 비슷해 인도 유학생이 31%, 중국 유학생은 25% 각각 증가했다.
미국 IIE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대학에 등록한 각국 유학생 수는 58만6000여명으로 전년에 비해 0.6% 증가하는데 그쳤다. 2000년과 2001년엔 전년대비 6.4%씩의 증가율을 나타냈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앨리스 개스트 부총장은 "외국 유학생의 등록이 계속 줄어들면 우수 학생 유치에 타격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유학생들이 수업료와 기타 비용으로 연간 120억달러를 지출함으로써 미국 대학에 재정적인 도움을 주기도 했으나 이같은 도움도 줄어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