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9일 26개 중앙언론사의 외교 안보 통일분야 논설위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갖고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 현직 언론인들과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 대통령은 먼저 “언론과 오해나 불편한 점도 많은데 이번 기회에 오늘 오신 분들이라도 서먹함을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여러분에게 주로 꾸중을 많이 들었다. 칭찬은 별로 안 해 주더라. 비판하고, 방향에 대해 조언하는 게 언론의 사명인 만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때로는 서로 다른 정보를 갖고 있는 것 같았고 때로는 관점이 다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내가 생각이 짧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자조적, 냉소적 표현을 자주 쓰는 버릇이 있다. 그간 비주류의 길을 걸었기 때문에 생긴 습관 같다”고 말한 뒤 “금방은 못 고치겠지만 주류와 비주류를 포괄하는 한국의 대표선수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적절한 처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입장과 관련해 “모든 협상을 무력화할 수도 있는 고집을 내가 부릴 수는 없다”며 “미국의 협상카드를 제한하도록 요구하거나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는 한미 정상회담 때 우리측의 입장만을 강조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간담회에서 논설위원들은 “정상회담에서 표현을 신중하게 해 달라. 모호하게 해야 할 때는 모호하게, 분명하게 해야 할 때는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줘서 고맙다”고 답했다.
간담회 도중 한 참석자가 “‘맞습니다, 맞고요’를 영어로 할 때는 ‘OK요, OK’라고 하면 된다”고 말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