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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총알 견딘 심장을 가진 사나이

입력 | 2001-12-11 13:41:00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국인이 당시 총알이 심장을 관통한 것을 모른 채 무려 48년이나 살아온 사실이 최근 알려져 화제에 올랐다. 심장 전문의들은 이같은 일이 기적 같은 일이기는 하지만 이론상 불가능하지는 않다 고 설명한다.

미 펜실베이니아주 아빙톤 메모리얼 병원의 흉부수술팀 의사들은 지난달 27일 협심증 증세로 입원한 도널드 모어하우스씨(70)를 수술하다가 경악했다. 오래 전에 29 구경 총탄이 왼쪽 심방에서 오른쪽 심방으로 관통한 흔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는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하기 전 만해도 펜실베이니아 자동차노조의 알코올 및 약물 상담가로 일하며 골프와 산책을 즐겨왔다.

모어하우스씨는 수술 뒤 "한국전쟁 때인 1953년 미 보병 25사단 병사로 매복 작전에 참가했다가 방탄복 위로 총탄 여섯 발을 맞았으며 3마일을 걸어 야전병원에 가 파편 제거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의사는 "총탄이 심장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고 말해 그런줄로만 알고 있었다는 것.

흉부수술팀의 제임스 맥클루켄 박사는 "모어하우스씨처럼 심장을 관통하는 총상을 입으면 대부분 2, 3분 안에 숨지고 만다"고 말했다.

의학자들은 모어하우스씨의 심장을 관통한 총탄 구경이 크지 않은데다 총탄이 통과한 뒤 심장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재빨리 아물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본다.

뉴욕주립대 의대의 유진 그로시 박사는 "심장에 상처나 구멍이 생기면 외부 혈액이 피떡을 이루어 보호막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사고 당시 심장 외부의 혈액과 보호 물질이 급속히 심장 바깥으로 몰려들며 피떡을 이뤄 이같은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