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5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내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자화자찬으로 일관한 후안무치한 내용”이라고 혹평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연일 권력형비리가 터져나오고 민생은 도탄에 빠져있어 민심이 폭발 직전인데도 세계적인 민주 인권국가가 됐다거나 선진복지국가 운운하는 것은 너무나 안이하고 독단적인 현실인식”이라고 비난했다.
권 대변인은 또 “놀랍게도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언론자유가 보장되고 있다고 한 대목에서는 자괴감마저 느낀다”며 “민생파탄 권력비리 인사난맥 안보불안 언론탄압 등 나라를 총체적 위기에 몰아넣은 5대 실정에 대해선 일언반구 해명이나 사과가 없다”고 꼬집었다.
김만제(金滿堤) 정책위의장은 ‘내년도 재정운용은 경기활성화에 중점을 두겠다’는 대목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김 의장은 “경기부양을 빌미로 본예산 대비 12%나 증액한 내년 예산안은 양대선거를 의식한 선심성이자 작은 정부의 원칙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라며 “재정확대보다는 감세(減稅)정책을 통해 민간에 가용재원을 더 제공함으로써 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조세부담률은 27.5%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 미국이나 일본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정부가 규제완화정책을 외면하고 경제난을 이유로 재정확대에만 몰두한다면 우리도 고실업-저성장의 덫에 걸려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자민련 측은 대통령 시정연설을 대독한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한나라당에 본회의장 동반퇴장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원들은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지도부의 판단에 따라 대부분이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이날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언론자유가 보장되고 있다”는 대목을 읽는 순간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 등이 “총리! 이게 말이 돼요”라고 야유를 보내자 민주당 김방림(金芳林) 의원이 “뭐가 잘못됐다는 거야”라고 맞고함을 질러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다.
내년 예산 대통령 시정연설에 대한 야당 비판
시정연설 주요내용
한나라당 비판
·세계가 인정하는 민주인권국가
권력형비리와 언론탄압이 현실
·4대 부문 개혁의 기본틀 마무리
공공부문은 오히려 과도하게 팽창
·현장 중심의 규제개혁 추진
출자총액 초과분 의결권 제한 등 규제 여전
·내년 재정운영 중점은 경제활성화
정부지출 확대는 선심성
·경기진작효과 큰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
투자효율성에 의문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