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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이현세씨 '천국의 신화'속편 인터넷 연재

입력 | 2001-06-12 18:33:00


지난해 7월 법원에서 음란물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만화가 이현세씨의 ‘천국의 신화’ 후속편이 인터넷 만화사이트에서 연재된다. 이현세씨는 12일 “20일부터 코믹스투데이(www.comicstoday.com)의 성인 섹션인 ‘엑스 게이트’에 천국의 신화 3부를 매주 게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천국의 신화’는 1부 ‘하늘과 땅’, 2부 ‘전쟁의 신’ 등 모두 11권이 출간됐다. 그러나 97년 검찰이 이 만화의 음란성 여부에 대한 수사에 나서면서부터 발간이 중단된 상태다. 재판부는 원래 성인용으로 출간된 ‘천국의 신화’를 청소년용으로 재편집한 만화에서 일부 수간(獸姦) 장면과 인간과 동물의 잔인한 전투 장면 등이 음란하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번 연재는 3부 ‘개벽’에 해당하는 것으로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 환웅에서 단군까지 선사시대 종반부를 다루게 된다. 이번에 이씨가 받는 고료는 페이지당 10만원을 웃도는 국내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천국의 신화’에 대한 유죄판결이후 모스포츠신문에 연재된 ‘다크 드래곤’말고는 별다른 작품활동을 하지 않았다.

“저는 신명이 나야 일을 하는 스타일인데 그 사건 이후로 의욕이 싹 가셨습니다. 당시 영화 ‘거짓말’에 대해 검찰은 무혐의 결정을 내렸는데 ‘천국의 신화’는 음란물로 인정한 이중적 기준이 도저히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만화 한 컷을 그릴 때마다 ‘이건 걸릴까, 안 걸릴까’를 고민해야 하니 어떻게 작품을 할 수 있습니까. 이 작품을 끝으로 출판만화는 더 이상 안 그릴 생각입니다.”

이씨는 1998년 약식 기소된 뒤 2년여 동안 한달에 한번씩 재판에 나가는 고역을 치렀다. 그는 ‘약식기소 됐을 때 그냥 벌금내고 치워버릴 걸’하는 후회도 들었지만 그냥 포기하는 건 만화가로서의 자존심을 버리는 것이며, 표현과 창작의 자유와 관련해 만화계 전체에 대한 모욕이라는 생각이 들어 재판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번에 연재하는 것은 성인용이기 때문에 법적으론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교사 부부의 나체 사진에 대해 음란성 논란이 일고 있는 점을 볼 때 이씨의 ‘천국의 신화’가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제 만화를 보고 과연 성적 충동이 일어날 수 있는지 아직도 궁금합니다. 단지 여성의 벗은 몸이나 돼지 목 따는 장면을 그렸다고 해서 성적 충동이 일어날까요. 비너스 상이나 유명 작가의 누드 그림마다 까만 딱지를 붙여놓고 못보게 한다면 제 작품 역시 음란하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만화만은 그런 표현을 해서는 안된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성인용 ‘천국의 신화’는 고등학생이 봐도 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씨는 이어 “제가 이 작품을 그린 것은 우리나라 옛 역사에 대한 그리움을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에게 심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청소년용 ‘천국의 신화’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명도 없는데 이 작품은 어떻게 그릴까. “‘울분’을 에너지 삼아 그릴 계획입니다.”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