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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축구]아름다운 父情 안타까운 퇴장

입력 | 2001-03-13 18:24:00

잉글랜드 프로축구 2부리그 완더러스의 스티브 브라운이 경기 후 아들을 안고 경기장을 나오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퇴장’.

12일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1부리그) 명문 레스터를 2―1로 누르고 FA컵 준결승에 진출해 파란을 낳은 2부리그팀 위콤 완더러스의 미드필더 스티브 브라운(34)이 잉글랜드 축구팬의 눈물을 자아내고 있다.

브라운은 이날 경기 후반 로스타임 4분경 ‘일회용 대타’로 뛴 팀 동료 로이 에산도가 천금의 결승골을 넣자 기쁨에 겨운 나머지 상의 유니폼을 벗어 제친 채 관중석을 향해 뛰어갔다. 브라운의 흰 속옷에는 경기전 라커룸에서 매직으로 쓴 ‘Maxwell(맥스웰)’이란 아들의 이름이 선명히 새겨져 있었고 관중석에서 어머니 품에 안겨 아버지의 ‘활약’을 지켜보던 15개월된 아들은 환한 미소로 답하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목구멍과 위가 제대로 연결돼 있지 않아 고통을 겪고있는 맥스웰은 그동안 무려 20차례의 수술을 받아야 했다. 아버지 브라운이 이번 FA컵 8강에 오르기위한 경기를 치르는 동안에도 맥스웰은 수술대위에 놓여 있었다.

브라운의 팀 동료들은 팀의 ‘마스코트’ 맥스웰에게 삶의 희망을 주겠다는 목표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고 기적같은 연승 행진을 이어왔다. 팀이 마침내 8강에 진출하자 브라운은 이날 아들을 태어난후 처음으로 경기장에 데려왔고 기적같은 결승골이 터지자 유니폼에 적은 아들의 이름을 ‘깜짝 선물’로 펼쳐보였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퇴장’이었다. 주심 스티브 베네트는 ‘선수는 셔츠를 벗으며 골세러모니를 하면 안된다’는 협회 규정에 따라 옐로 카드를 꺼내들었고 브라운은 경고 누적으로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마침 이날 경기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수들의 골 세러모니에 관해 심판들이 너무 엄격하다”며 “축구는 골을 넣기 위한 경기인만큼 심판들은 이 부분에 관해 관대해질 것”을 촉구하고 나서기 몇시간 전 열렸다.

브라운은 13일 잉글랜드 축구협회로부터 10회 경고 누적 및 시즌 2회 퇴장으로 4경기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에 따라 내달 8일 리버풀과의 준결승전을 비롯해 팀이 결승에 진출해도 그라운드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원칙과 인정 사이….’ 잉글랜드 축구팬과 선수노조가 잉글랜드축구협회의 재심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주목되고 있다.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