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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때려주세요"…日 매맞는 남자 등장

입력 | 2001-03-07 18:49:00


“제발 저를 때려주세요. 1분에 남자 1000엔, 여자 500엔. 스트레스가 확 풀립니다.”

일본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코마극장 앞 광장에는 매일밤 이렇게 외치는 남자가 있다.

‘매 맞아주는 남자’ 하레루야 아키라(晴留屋明·36)는 기자에게도 “우선 돈을 내고 때린 다음 취재하라”며 투철한 ‘직업정신’을 발휘했다.

‘매맞는 장사’는 98년 12월 시작됐다. 작은 전기공사업체를 경영하던 그는 보증을 잘못 서 1억5000만엔(약 16억원)의 빚을 안게 됐다. 직원 월급은커녕 가족 생계까지 막막하게 됐다.

“죽을 궁리도 했죠. 마침 보험금 1억5000만엔을 탈 수 있는 생명보험에 들어놓아 사고사로 위장하면 빚을 갚을 수 있었으니까요.”

며칠동안 사고사처럼 꾸며 죽는 방법을 연구하다 포기하고 말았다. 만일 ‘작전’이 실패해 자살로 밝혀지면 빚을 갚기는커녕 부인과 세 자녀만 더욱 살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빚을 떼어먹고 달아나자는 생각은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것이 바로 ‘매 맞는 장사’였다. 프로권투선수였던 그에게 남은 것은 몸 밖에 없었다. 1분에 1000엔(약 1만1000원)씩, 모두 15만명에게 맞으면 빚을 갚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마추어 권투시합 때처럼 그는 헤드기어와 글러브를 착용하고 손님을 맞는다. 글러브는 방어용일 뿐. 손님의 글러브에 맞아 다운된 적은 거의 없지만 가끔 격투기나 씨름선수가 등장하면 다치는 수가 있다.

지금까지 고객은 1만여명. ‘운수 좋은 날’에는 하루 100명한테 맞은 적도 있다. 낮에는 공사장에서 품팔이를 하기에 늘 잠이 부족하다. 고생하며 번 돈은 이자에도 못미처 빚은 2억엔으로 늘었다니 안타깝다.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더 늘었겠지요. 당장 가족 생계비도 필요하고요. 화제가 되면 유명인이 찾아올 지도 모르죠. 얼마 전 제가 쓴 책도 많이 팔렸으면 좋겠어요.”

빚지고 되려 큰소리치는 사람도 없지 않은 세상에서 순수함을 지켜가는 그의 모습은 색다른 것이었다.

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