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표적인 ‘외교관 거리’는 어느 곳일까.
단연 용산구 한남동 일대와 종로구 세종로 등 시내 중심가를 꼽을 수 있다. 한남동 등에는 외국인에게 적합한 생활편의 시설이 많고 서로 정보를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외교관 촌이 형성됐다.
세종로 등에는 청와대 정부중앙청사 언론사 등과 가깝다는 이유로 대사관들이 둥지를 틀게 됐다.
외국 대사관과 영사관, 대사관저 등 90여개의 외국 공관이 입주해 있다. 이 지역은 미군과 군속을 제외하고도 8000여명의 외국인이 거주하는 대표적인 외국인촌.
이 일대는 6·25전쟁 이후 미군이 주둔하면서부터 외국인촌으로 탈바꿈했다. 60년대에 한국이 본격적으로 외국과 수교하면서 국내에 들어온 많은 외국 공관들도 자연스레 이 지역에 자리잡았다.
▼이태원 쇼핑가 인기▼
대사관들은 특히 한남동 단국대 주변과 한남초등학교에서 힐사이드 아파트 사이, 캐피탈호텔 주변 등에 몰려 있다. 부근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고급 레스토랑 등이 많다.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터키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멕시코 대사관 등이 이 곳에 있다.
지리적인 이점도 많다. 이태원동에는 값싸고 질좋은 보세품 쇼핑가가 있다. 이 곳은 86년 아시아경기와 88년 올림픽으로 해외에 알려지면서 97년 서울시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인근에 하얏트 해밀턴 캐피탈호텔 등 외교관들이 접객장소로 쓸 고급호텔이 많은 것도 큰 장점.
외국인 전용백화점 등도 많이 들어섰고 서울에서 유일한 이슬람 중앙성원도 한남동에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초 서울시가 주한 외국인 153명에게 선호하는 주거지역을 설문한 결과 한남동과 이태원동이 각각 22.7%와 19.5%로 1,2위를 차지했다.
용산경찰서 허장룡(許壯龍) 외사계장은 “공관마다 방범초소를 운영하는 등 치안에 큰 신경을 쓰고 있어 이 지역의 범죄율은 매우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맞은 편에는 미국 대사관이 있다. 원래 미국 외교관들은 구한말 지금의 중구 정동 미국 대사관저(하비브 하우스) 옆에 건물을 세우고 활동했으나 일제강점기에 철수했다.
광복 후 미국은 을지로 2가쪽에 대사관을 다시 세웠다. 그러다가 한미간 업무처리에 용이한 현재의 정부중앙청사 맞은편에 자리잡은 국제개발처(AID) 건물로 이사온 것이 1968년.
▼교보빌딩에 7개국 입주▼
세종로 지역에 가장 빨리 자리잡은 대사관은 영국 대사관이다. 영국 외교관들은 1898년 현재의 덕수궁 옆 대사관 자리에 건물을 짓고 상주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때 철수했다가 1957년 이 자리에 다시 대사관을 지었다. 대사관 옆에는 영국 국교인 성공회 교회도 있다.
세종로에서 대사관이 가장 밀집한 곳은 교보빌딩. 호주 뉴질랜드 오스트리아 등 7개국 대사관이 있다. 이 빌딩 관계자는 “80년대 중반 교보빌딩 준공허가가 난 뒤부터 외국 대사관들이 줄지어 입주했다”며 “1층 비즈니스홀이나 2층 프랑스식 레스토랑 라브리는 외국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이밖에 인근 신문로에는 포르투갈 스위스 스웨덴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대사관이, 종로에는 도미니카 엘살바도르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국가 대사관들이 모여 있다.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