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한국 중국과 일본을 점령했던 미국이 일본을 보는 시각은 다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표적 신문인 뉴욕타임스의 27일자 사설은 그런 시각차이를 뛰어넘는 것 같다.
이 신문은 일본이 첩보위성을 독자개발하고 전역미사일방위체제(TMD)구상에 참여키로 하는 등 군비증강을 서두르는 데 대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긴장시킬 이유가 없는 건강한 발전”이라고 평가했다.
이 사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50여년이 지났기 때문에 일본이 침략과 식민지배의 역사에서 비롯된 제약의 상당부분을 털어버리는 것이 적절한 시점”이라고도 지적했다.
일장기(히노마루)와 기미가요를 한국과 중국은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처럼 받아들이지만 뉴욕타임스는 달랐다. 이 신문은 일장기와 기미가요가 일본 국기와 국가로 법제화된 데 대해서도 “군국주의와 관계없는 전통의 부활일 뿐”이라고 자리매김했다.
이 신문은 이처럼 일본에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는 이유도 분명히 밝혔다. “미국과 밀접한 동반관계를 유지하는 한 일본이 폭력의 역사를 반복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미국이 용인하는 범위 안에서 일본이 군비를 증강하는 것은 동북아 군비부담을 줄이려는 미국의 이해관계와 일치한다는 뜻일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이같은 태도는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국방예산(연간 400억 달러· 약 48조원)을 쓰는 일본의 군비증강에 큰 원군이 될 것 같다. 일본의 군비증강에 경계심과 의구심을 지우기 어려운 주변국가들은 미일 양국의 이런 협력관계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홍은택(워싱턴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