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의 정소(精巢)를 이용해 무정자증 불임남성도 아이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치료법이 처음으로 개발됐다. 이로써 불임남성들은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됐으나 의학적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과 생명의 존엄성을 둘러싼 윤리적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영국 BBC 방송의 인터넷 사이트에 따르면 이탈리아 산부인과 의사 세베리노 안티노리박사는 쥐의 고환에서 추출한 정소에서 무정자증 남성의 미성숙정자를 배양해 아이를 출산시키는데 성공했다고 최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세계불임학회에서 발표했다.
일본 돗토리(鳥取)대 의학부 연구팀이 지난달 1일 사람의 미성숙정자를 쥐 몸 속의 정소에서 5개월 가량 배양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한적은 있으나 아이를 출산시키지는 못했다.
이에 비해 안티노리박사는 ①무정자증 남성의 미성숙정자를 뽑아내 ②쥐의 고환에서 추출한 정소에 넣은 뒤 ③시험관에 이 정소를 넣어 정자를 배양하고 ④정자가 성숙하면 시험관에서 인공수정해 ⑤이를 불임남성의 부인 자궁에 이식해 신생아를 출산시켰다.
이같은 기법은 무정자증 남성도 90% 이상은 정낭(精囊)에서 적은 숫자의 미성숙정자를 추출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안티노리박사는 설명했다.안티노리박사는 이탈리아에서 3명, 일본에서 1명의 아이가 이런 방법으로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 일간지 익스프레스는 이 방법으로 일본 등에서 5명의 아이가 출생했고 한국 미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6명의 부인이 임신중이라고 17일 보도했다.
한편 세계불임학회에 참가한 일부 전문가들은 쥐의 정소에서 사람의 정자를 배양하면 질병감염이나 유전자 변형에 따른 기형아 출산 우려 등 예측할 수 없는 많은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안티노리박사는 쥐의 몸 속에 미성숙정자를 삽입하지 않고 정소만 추출해 시험관에서 정자를 배양하기 때문에 쥐의 몸에서 질병이 옮아오는 등의 위험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