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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스탠더드 라이프]英 「양보운전」체질화

입력 | 1998-11-26 19:39:00


영국 런던에는 편도 2차선을 넘는 도로가 흔치 않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먼저 가려고 요리조리 차선을 바꾸는 운전자는 없다.

중앙선도 없는 길을 양 방향의 차들이 공유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길에서는 먼저 진입한 차에게 전조등으로 양보신호를 보내고 양보받는 차 역시 전조등으로 고마움을 표시하며 지나는 게 예의다.

도로와 도로가 만나는 지점에는 예외없이 ‘양보’ 표지판과 함께 일단정지선이 그어져 있다. 일단멈춤을 어기는 차는 없다. 횡단보도 앞 정지선을 넘지 않고 정차하는 운전사에게 대형냉장고를 안겨주는 TV프로그램을 보며 감동받는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라운드 어바웃(roundabout)’이라는 교차로 시스템은 양보를 전제로 한 영국 특유의 고안물이다. 교차로 중앙에는 원형 구조물이 설치돼 있거나 페인트로 원이 그려져있다. 차가 좌측통행을 하는 영국에선 교차로에 진입한 차들이 자기 바로 우측에서 진입하는 차에 우선권을 주면서 시계방향으로 돌다가 자신이 갈 길을 찾아 빠져나간다.

철저히 양보하지 않고서는 사고위험이 매우 높은 시스템인데 이 곳에서의 사고소식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한번은 출근시간에 시내로 차를 몰고가는데 외길차선에서 마차 뒤로 많은 차량이 거북이 운전을 하고 있었다. 아무도 경적을 울리거나 마차를 앞지르려 하지 않고 한참 후 마차가 어느 주점 앞에 설 때까지 2㎞가량을 따라갈 뿐이었다.

후에 알고보니 그 마차는 맥주배달 마차였다. 이를 못마땅해 하던 어느 외국인이 “하필이면 바쁜 출근시간에 마차가 다니게 하느냐”고 항의했더니 교통경찰은 “이 길은 자동차가 다니기 전부터 맥주마차가 다니던 길”이라고 대답하더란다.

유병갑(한국은행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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