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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시청률 집착 『결혼윤리 외면』

입력 | 1998-11-23 19:19:00


시청률 1위를 독주하고 있는 MBC 일일극 ‘보고 또 보고’와 지난주 2위를 기록한 주말극 ‘사랑과 성공’.

MBC의 ‘효자 드라마’로 꼽히지만 비정상적인 결혼풍속도와 가족상(家族像)의 노출로 역기능이 적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겹사돈 문제가 일단락된 ‘보고…’는 최근 사이가 벌어진 금주(윤해영 분)와 기풍(허준호)이 결혼 여부로 티격태격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 여기에 극중 유학을 떠난 것으로 처리됐던 송여사의 두딸 승미(성현아) 영미(장유정)가 난데없이 등장해 ‘짝짓기’ 시리즈를 전개하고 있다. ‘사랑…’ 역시 한 남자(박상원)를 둘러싼 결혼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이들 드라마가 보여주는 비정상적 가족 모습은 ‘사(士)’자 붙은 신랑과의 결혼을 여성 최고의 성공으로 강조하는데서 정점을 이룬다.

두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검사 변호사 등 ‘사(士)자’ 돌림의 ‘왕자님’을 만나 결혼에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살아가거나 결혼에 목을 빼고 사는 수동적 ‘신데렐라’로 그려지고 있다. 특히 ‘사랑…’은 한술 더 떠 이복자매인 ‘콩쥐형’ 인애(오연수)와 ‘팥쥐형’ 명지(정선경)가 변호사를 사이에 두고 “서로 양보하라”며 민망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보고…’에서 검사(정보석)와 결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은주(김지수)의 결혼이 일단락되자 이제는 은주의 연적이었던 승미의 동생과 은주의 동생을 결합시키는 것으로 이야기를 몰아가고 있다. 두집 내지 세집에서 사돈을 맺는 보기 드문 ‘자급자족형’ 전개다.

지나치게 가부장적 모습을 보여주는 아버지상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아내에게 “네가 30년동안 한 게 뭐 있어. 아들을 하나 낳았어, 기집애를 잘 키웠냐”, 딸에게 “연애걸지도 못하는 X”라고 폭언을 퍼붓는 ‘보고…’의 송여사 남편이 대표적. 전문가들은 시청률을 무기삼아 이같이 비뚤어진 가족상을 강조하는 드라마 때문에 ‘드라마 망국론’이 끊이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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