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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秘話 문민정부 (70)]황장엽 망명도운 국내인사들

입력 | 1998-08-03 19:24:00


북한 노동당 황장엽(黃長燁)비서의 망명을 직간접적으로 도운 국내의 민간인사는 적지 않다. 가장 중심적 역할을 한 인물은 무역을 위해 중국을 드나들다가 황비서의 측근 김덕홍(金德弘)씨를 처음 만난 L씨(71).

L씨는 외화벌이를 위해 베이징(北京)에 나가 있던 김씨를 대북(對北)사업 협의차 접촉하기 시작해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다. 그런 인연으로 96년 3월경 황비서와 김씨에게서 망명의사를 구체적으로 들었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켈로부대’로 불리는 미국 극동사령부 첩보대(KLO)지대장으로 활약했고 반공단체 ‘북한민주화 촉진협의회’(북민협)회장도 맡고 있는 인물.

‘김정일 정권을 전복해야 한다’는 김씨의 주장에 의기투합한 L씨는 황, 김씨의 망명의사를 96년 10월경 관계당국에 전달한 뒤 중개역할을 했다.

그는 북한체제를 비판하는 황비서의 친필서한 등 나중에 국내언론에 공개된 자료를 황비서에게서 건네받아 관계당국에 전달하기도 했다.

여선교사 K씨(54)는 96년 7월 황, 김씨에게서 망명의사를 직접 듣고 김현철(金賢哲)씨의 측근 박태중(朴泰重)씨를 소개한 사람.

본래 북한선교에 뜻을 두고 있던 K씨는 전명성그룹 회장 김철호(金澈鎬)씨를 대리해 금강산 개발사업을 추진하다 성사되지 않자 다른 국내사업가들을 이들에게 소개했다. K씨도 황비서의 논문과 서한 등을 국내에 전달했다.

이밖에 재야원로 K씨, 대북 식량지원문제를 고리로 황비서측과 접촉했던 H목사 등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이들은 황비서가 망명의사를 털어놓자 처음에는 “북한내 온건세력이 말살된다”며 반대했지만 확고한 의지를 확인하고 망명을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