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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진녕/교육개혁 「갈등」해법

입력 | 1998-04-26 20:24:00


“장관께서는 선배 동료 후배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관훈클럽이 24일 교육부장관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서울교원단체연합회 사무차장이란 사람이 뜻밖에 이런 질문을 했다. 교육문제와 상관없는 엉뚱한 질문에 참석자들은 영문을 몰라했고 이해찬(李海瓚)장관은 당황해 하며 어물쩍 넘어갔다.

그런데 이날 오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선언’이란 이름으로 교육부가 추진중인 교육개혁의 방향을 성토했다. “교육개혁이 시대변화에 맹목적으로 적응하거나 정권의 성과 창출에 급급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요점. 교육부에 대한 노골적인 반론제기였다.

서울교련 사무차장의 질문도 이와 맥을 같이한 것으로밖에 달리 해석할 수가 없었다. ‘교육계의 선배들을 무시하지 말라’는 일종의 우회적인 경고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요즘 여러 기관과 마찰을 빚고 있다. 공석 중인 부교육감 임명문제로 서울시교육청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장관이 서울교육청을 방문해 예산문제로 질타한 것이나 강남교육청에 대한 특별감사 지시도 양측의 갈등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들이다. 교육부는 최근 감사원과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정기감사를 내년부터 번갈아 실시키로 합의했다. 매년 감사원이 독점해오던 것을 교육부가 관행을 깨고 일부를 ‘쟁취’한 것이다. 이것이 ‘길들이기’를 위한 것인지, 교육개혁을 겨냥한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개혁에는 으레 마찰과 저항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교육문제를 우격다짐이나 밀어붙이기로 해결하려다 또다른 왜곡과 시행착오만 부르는 경우를 우리는 그동안 많이 보아왔다.

이진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