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4강국 및 유엔주재 대사 등 주요 공관장을 내정 발표했다. 우리는 그동안 급박한 국내사정 때문에 이들 4강(强)과의 관계를 소홀히 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4강국과 한반도는 한시도 소원해서는 안되는 절대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더구나 지금은 어느 때보다 4강국과의 관계 강화가 절실한 때다.
냉전체제 종식 이후 국제사회는 안보 통상 등 모든 분야에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한순간이라도 변화의 추세를 놓쳤다가는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처지로 뒤떨어진다. 그 변화의 주축이 바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강국이다.
특히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는 4강국들의 이해가 어느 지역보다 민감히 교호작용을 일으키는 곳이다. 이러한 4강국의 역학관계가 우리에게 어떻게 하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토록 해야 할 일차적 책임이 바로 신임 공관장들에게 있다.
최근의 상황만 봐도 그렇다. 며칠전 제네바에서 있은 남북한 미국 중국의 4자회담은 다음 회담 일정도 못 잡은 채 사실상 결렬됐다. 근본 원인은 주한미군 철수와 북―미(北―美)평화협정체결을 고집한 북한에 있지만 책임의 일단은 우리에게도 있다.
정권교체다, 경제위기다 하며 국내문제에 발이 묶여 있는 동안 회담 준비는 물론 미국 등 우방과의 공조에도 문제가 적지 않았다. 4자회담이든 6자회담이든 북한을 회담장으로 끌어들여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는 앞으로도 4강국의 역할이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한 4강국과 직접 교섭해야 할 주역들이 주재 공관장들이다.
4강국이 우리에게 미치는 경제적 영향력은 어느 때보다 무게를 더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들어가 있는 우리로서는 이들과의 협력과 교류에 그야말로 모든 것을 걸어야 할 입장이다.
이제는 주재국 기업들과 어떤 유대관계를 맺고 얼마 만큼 국내 투자를 유치하느냐가 공관장의 업적 평가에 필수적인 시대가 됐다. 신임 공관장들은 자신들이 IMF체제 극복을 위해 해외시장의 최전방에 나와 있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4강국 공관장에 누가 기용될 것인지에 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것도 이들의 임무가 막중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일부 비판적인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나 다행히 이번에 발탁된 공관장들은 외교분야에서는 충분히 검증을 받은 사람들이다.
전반적으로 능력을 고려한 ‘괜찮은 인사’라는 평이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에 달려 있다. 이들이 4강외교를 재구축, 강화하지 못한다면 나라 전체에 미치는 손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