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해(權寧海)전안기부장의 자해사건을 계기로 북풍공작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면돌파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수사는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되게 됐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23일 “북풍공작사건을 둘러싼 정쟁(政爭)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차제에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기로 했다”면서 “여야의 유불리(有不利)에 상관없이 끝까지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건을 철저히 파헤쳐 정치인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실정법 위반여부를 가리겠다”고 말하고 “만일 이를 덮어둔다면 통일이 될 때까지 정치적 논란의 불씨로 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당초 안기부가 북풍공작사건의 진상을 조사한 뒤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처리하고 사건을 조기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었으나 권전안기부장의 자해사건을 계기로 북풍사건이 여야간 정쟁으로 변질돼 국가기강이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정면돌파하기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안기부에서 북풍공작관련문건을 넘겨받았으며 여권과 야권의 북풍관련 진상을 철저히 밝히기로 안기부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대선 당시 국민회의 한나라당 국민신당이 모두 선거운동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북한측과 접촉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 관계자는 “구 여권은 북풍을 일으키려고, 구 야권은 북풍을 막으려고, 또다른 당은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으려고 모두 사람을 보내 북한측과 접촉한 혐의가 있다”면서 “정권을 잡으려고 적(敵)과 동침했다면 이는 여야를 불문하고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진행중인 서울지검 남부지청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비방하는 기자회견을 한 윤홍준(尹泓俊·31·구속중)씨 사건과는 별도로 북풍공작사건을 서울지검 공안1부에 배당했다.
검찰은 또 윤씨에게 기자회견을 지시한 이대성(李大成)전안기부해외조사실장이 작성한 ‘해외공작원 정보보고’외에도 미공개된 또 다른 문건을 확보, 정밀 검토중이다.
검찰은 현재까지 북풍공작문건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여야 정치인 8명과 미공개 문건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정치인 10여명 등 모두 20여명의 정치인을 조사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치인들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가보안법과 남북교류협력법을 적용해 사법처리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하준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