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빛 함께 단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은/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천상병 ‘귀천·歸天’)
시심(詩心)으로 가득한 서울대사대부고 국어교사 이수성씨(37)의 아침. 수업시간에 들려줄 시 한편 떠올리며 교정에 들어선다.
얼마전까지도 “어쩜” “낭만적이야”하는 여학생들의 탄성이 끊이지 않던 문학시간. 누군가 교탁 위에 놓아둔 장미 한송이, 익명의 러브레터(?)에 하루의 피곤을 씻어냈는데. 어느덧 홍조띤 웃음보다 ‘아버지가 부도 났어요. 수업료를 면제받을 순 없을까요’라는 하소연이 더 많아진 교실.
“얼마전 너희들 사이에 유행하던 외제 가방 있었지? 하지만 1년도 안돼 태극기 달린 가방으로 몽땅 바뀌잖아. 세상은 그래. 지금 좀 어려워도 또 금방 변하는 거지.”
서울 신림동→종암동 버스 출근/옅은 쑥색 버킹검 정장(할인가 20만원)/닥스 셔츠(3만원)/아스날 넥타이(2만원)/피카소 안경테(8만원)/코디네이터 이수성
〈이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