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경제가 추락하면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가 ‘일본주식회사’의 총수처럼 뛰어다니고 있다.
그는 11일 주요 민간 및 정부계 은행장을 총리관저로 초청했다. 우리로 치면 대통령이 은행장 회의를 주재한 격으로 ‘은행장 회의는 대장성이 주재한다’는 상식을 단숨에 깨버렸다.
그는 또 10일에는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經團連) 일본경제인연합회(일경련·日經連) 등 4대 재계단체 회장단을 만나 경기회복을 위한 재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들 회동은 모두 총리의 요청으로 이루어졌다.
하시모토총리는 “각 은행이 현재의 기업대출 기피경향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대출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정부는 금융기관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30조엔의 공공자금을 투입했는데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면 국민이 납득하겠느냐”며 은행장들에게 ‘애원반 협박반’으로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정치인. 이처럼 적극적으로 경제문제에 뛰어든 것도 현 경제상황이 정치쟁점으로 비화, 자신의 퇴진문제 거론으로까지 이어질 위험을 미리 차단하자는 ‘정치감각’의 발로로 해석된다.
97회계연도말인 3월말을 앞두고 재무구조를 조금이라도 개선해야 하는 일본금융기관들은 가급적 대출을 피하고 있다. 게다가 내수경기도 좀처럼 회복조짐을 보이지 않아 하시모토정권에 대한 불만이 폭발 직전에 이르고 있다. 이 때문에 총리의 경제총수 역할은 당분간 더 커질 전망이다.
〈도쿄〓권순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