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비결이 따로 있나. 욕심부리지 않고 맘편히 살면 되는 거지.”
구면적의 절반 이상(53%)이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서울 은평구. 공장 굴뚝과 유흥업소는 없지만 물 공기가 좋아 1백세 이상 노인이 30명이나 살 정도로 서울에서 제일가는 ‘장수촌’이다. 그 중 은평구 역촌1동 8 일대는 조선시대 때부터 ‘장수마을’로 불려오던 곳. 수려한 북한산 자락을 배경으로 단독주택이 몰려 있는 이 마을에는 새봄을 맞아 집집마다 목련꽃 봉오리가 한창이다.
이 동네에 20∼30년간 살아온 토박이 할아버지 할머니는 30여가구 50명. 대부분 80세 이상이다. 조선시대 인조는 왕위에 오르기 전 물좋고 공기가 좋은 이곳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이를 기리기 위해 세운 인조별서유기비(仁祖別墅遺基碑)주변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정담을 나누는 모임터.
“한강물이 넘칠 때면 우리 마을 옆을 지나가던 연서천에도 고기들이 몰려와 젊은이들이 그물로 잡곤 했지.”
통장 오경하(吳慶夏·62)씨는 “아파트나 유흥업소가 없어 조용하고 주변에 북한산 등 노인들이 가볼 만한 곳이 많아 장수촌이 된 것 같다”며 “노인들은 어린이들에게 한학을 가르치는 등 화목한 마을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은평구는 80세 이상 노인도 3천8백70명으로 서울에서 제일 많다. 서울시내 1백세 이상 노인은 총 4백85명(남자 42명, 여자 4백43명). 성북 관악구(각 29명)가 은평구 다음이다.
최고령인 1백6세 전동계할머니는 고령인데도 눈 귀가 밝고 경로당에 혼자 다닐 정도로 정정하다. 전할머니는 “매사 화 안내고 아들 며느리 손자들과 마음 편하게 지낸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