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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시대 국민의 정부③]공동정권 힘겨운 「실험」

입력 | 1998-03-01 21:02:00


최근 벌어지는 여야 공방에는 한가지 특징이 있다. 공방의 주전선(主戰線)이 유독 자민련 주변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전의 인사청문회나 요즘의 국무총리인준 파동이 모두 그렇다. 야당의 주 타깃은 늘 김종필(金鍾泌·JP)국무총리지명자이다. 한나라당 의총에서도 김총리지명자는 툭하면 도마에 오르지만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발언은 극히 드물다.

비자금 국정조사요구도 마찬가지. 김총리지명자의 비자금은 국정조사권을 발동해서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당차원에서 고발까지 한 김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해선 엉뚱하게 검찰총장을 탄핵하는 식이다.

야당이 공동정부의 소주주인 자민련만 악착같이 물고늘어지는 데는 나름대로 그럴 만한 이유가 숨어 있다. 자민련이 새정부의 취약 포인트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공동정권은 우리 정치사상 처음 시도하는 ‘실험’이다. 그렇기 때문에 허점이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야당은 이 허점을 집중공략하면 연정(聯政)의부정적측면이부각될것으로 보고 있다. 일종의‘이간전술’이다.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총리인준 문제만 해도 그렇다. 야당이 만약 김총리지명자의 인준을 부결시키면 새정부는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김총리지명자를 재지명할 수도 있겠지만 재지명여부와 상관없이 공동정부 양쪽은 모두 심한 내상(內傷)을 입을 수밖에 없다.

명예로운 총리인준을 기대하던 김총리지명자가 “표결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것도 거대야당의 맹공에 밀려 어쩔 수 없이 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만약 김총리지명자의 인준이 부결되면 새정부의 구도자체는 출범초부터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공동정권의 운명을 어둡게 하는 조짐이다.

이런 ‘외환(外患)’뿐만 아니라 ‘내우(內憂)’도 있다. 조각(組閣)을 비롯한 각 행정부처의 인사도 그중 하나. 장관급이야 이미 후보단일화 협상에서 동등지분을 약속했기 때문에 별탈없이 그냥 넘어가겠지만 차관급 등 후속인사에 대해선 이렇다할 합의를 하지 않았다. 얼마전 “동등지분 합의는 국무위원에 한한다”는 김중권(金重權)청와대비서실장의 발언에 대해 자민련에서 반박논평을 냈다가 취소하는 소동이 빚어진 것도 이같은 ‘불씨’를 예고하는 사례다.

또 최근 총리인준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을 둘러싸고 자민련이 “국민회의가 너무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6월에 있을 지방선거 연합공천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양당의 텃밭인 호남 충청은 교통정리가 쉽겠지만 특히 수도권과 경기도 등 나머지 지역에서는 ‘분란’이 생길지도 모른다. 일부지역에서는벌써부터양당의 대표주자가겹쳐난항을예고하고있다.

김대통령의 통치스타일도 불협화음의 소지를 안고 있다. 김대통령이 워낙 모든 일을 치밀하게 챙기는 스타일이어서 당초의 지분배분 취지가 퇴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벌써부터 “김대통령 밑에선 장관이 과장급 정도의 역할밖에 못할 것 같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내각제 개헌. 양당은 99년말까지 개헌을 완료하고 2000년 4월에는 내각제로 총선을 치르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선 늦어도 내년 초에는 본격적인 개헌시동을 걸어야 한다. 개헌추진협의회도 발족하고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에 대한 설득에도 나서야 한다. 공청회나 세미나 등을 통한 대대적인 대국민홍보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IMF체제로 먹고 살기도 힘든데 웬 개헌이냐며 욕만 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그때도 거대 야당에 발목이 잡혀 있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내각제개헌 약속을 없던 일로 할 수도 없다. 자민련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시점이 되면 자민련의 내각제개헌요구는 수면으로 떠오를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공동정권의 운명은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지금이야 ‘허니문’기간이기 때문에 서로 껴안고 가자는 분위기이지만 이런 좋은 관계가 언제까지나 계속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국민회의 입장에서 자민련의 존재를 부담스럽게 느낄 때 양당 공조의 균열은 갑자기 커져버릴 수도 있다.

〈송인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