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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재홍/안기부의 새 역할

입력 | 1998-02-17 20:14:00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을 권총으로 쏜 김재규(金載圭)중앙정보부장에게 군검찰관이 신문했다. “중정법에 나와 있는 것 외에 중정의 임무가 무엇인가.” 김재규는 중정법에 규정되지 않았지만 ‘정치공작’이 중정의 일이라고 답변했다. 과거의 중앙정보부에는 야당과 언론을 순치하는 임무가 주어졌었다. “한국 정치에서는 좀 무서운 곳이 있어야 한다”는 과거 한 중정 고위 관계자의 말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일 게다. ▼중정은 80년 12월 제정된 국가안전기획부법에 따라 안기부로 개편됐다. 그에 앞서 그해 4월 중정부장서리로 취임한 전두환(全斗煥)당시 보안사령관은 “중정을 과감하게 정비 축소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래 가지 못했다. 10.26 이후 한때 ‘국가원수 시해집단’으로 눈총받던 안기부는 5공정권 2인자가 부장에 부임하면서 ‘중흥’했다. ▼79년 11월 주이란 미국대사관에 이란의 과격파가 난입해 외교관 등을 인질로 잡은 적이 있었다. 얼마 후 미 해병대가 기습 구출작전을 폈으나 실패했다. 카터 행정부는 미국의 국가위신 추락과 함께 큰 수모를 맛보았다. CIA의 사전지원을 받지 못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독실한 크리스찬이며 도덕주의자였던 카터의 CIA 개혁이 사보타주를 야기했다는 분석이었다. ▼대통령직인수위가 안기부의 국내 정치정보 활동을 없애고 대공수사와 경제통상정보 수집에 전념토록 하는 방안을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안기부 조직은 국내 국외 대북한의 3대 골간으로 돼 있다. 안기부 활동의 무게중심은 그중 국내쪽에 더 있었다는 것이 통념이다. 차기정부측은 국가정보기관 개혁이 사보타주를 부르지 않게 만반의 준비를 갖출 일이다. 김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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