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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엿보기]한국 「金모으기 운동」 명암

입력 | 1998-02-17 20:14:00


‘금쪽같은 외환’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달러가 금보다 귀중한 요즘에는 틀린 말이 돼버렸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우리나라의 ‘금모아 달러사기 운동’을 보고 외국인들은 두번 놀란다. 첫째는 바위도 깰 것 같은 국민의 단결력과 애국심 때문이다. ‘외제상품 배격’과 같은 국수주의 성향이 아니냐고 경계하면서도 부러워한다. 둘째는 웬 금이 그리 많으냐는 놀라움 때문이다. 이렇게 금을 좋아하는 국민도 드물다는 것이다. 1월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작년말보다 31억달러 늘어났는데 그중 6억달러는 금수출 때문이었다. 위급한 상황에 대비한 ‘최후의 지불수단’으로 사둔 금이 국가경제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아시아 각국의 금모으기 운동 바람에 국제 금값이 폭락했다. 국내 금값이 국제시세보다 비싸 한국은 전통적인 금 밀수입국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금수출국이 됐을까. 이 의문은 환율이 올라 금의 국내외 시세가 역전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해소된다. 바로 환율이 오르면 수출경쟁력이 생기는 원리다. 요즘 환율로 금을 수출하면 각종 비용을 고려해도 돈쭝당 5만8천원은 너끈히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달러로 계산하면 비싸게 산 금을 헐값에 파는 꼴이다. 또 외환위기가 가신 뒤 금을 다시 사오려면 비싼 값을 줘야 한다. 분명 국부(國富)유출인 셈. 이같은 문제 때문에 한국은행은 금을 자체보유하고 이를 담보로 달러를 빌려오기로 했다. 그러나 금 보관은 이자도 없고 비용도 든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금수출은 어디까지나 응급처방일 뿐 근본대책은 아니다. 길게 볼 때는 장롱속의 금을 내다파는 것보다 달러가 스스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허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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