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YS식 사정(司正)은 없다.” 25일 출범할 김대중(金大中)정부 하에서는 김영삼(金泳三·YS)정부 초기와 같은 사정의 거센 회오리가 불어닥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차기대통령의 한 핵심측근은 8일 “어려운 나라형편을 감안, 사정을 가능한한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 김차기대통령의 확고한 뜻”이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또 “이같은 김차기대통령의 의중이 최근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 등 검찰수뇌부에게 직접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김차기대통령은 역사적 소명인 국민통합을 위해 최대한 관용의 자세를 견지해야 하며 자칫 ‘보복’으로 비칠 수도 있는 사정은 될수록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직인수위는 이에 따라 새 정부가 추진할 1백대 과제에서 김차기대통령의 공약사항인 ‘공직사회 부패구조 척결’을 제외할 것으로 알려졌다. 잠정 확정된 1백대 과제 중 이와 관련한 항목은 ‘깨끗하고 능률적인 공직사회 정착을 위한 감사제도 운영’ 뿐이다. 김차기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 “관치경제를 청산하고 부정부패의 소지를 없애겠다”며 부패방지법 제정, 공직자윤리위원회 기능강화, ‘국민청정(淸淨)운동의 전개’ 등을 공약했었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과제 선정과정에서 사정 등 공직사회 부정부패 척결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했으나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아 과제에 포함시키지 않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그는 “김차기대통령은 대대적인 공직자 사정이 단행될 경우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과 정부조직개편이니 공무원감축이니 해서 가뜩이나 위축된 공무원사회가 크게 동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차기대통령은 국민의혹 해소와 국정운영의 연속성 확보 차원에서 김영삼정부의 실정과 비리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IMF 국난을 초래한 원인에 대해 밝힐 것은 밝혀 민심을 진정시키고 새 정부의 국정운영에 참고하되 정치적 행정적 책임과는 별개로 사법처리에 의한 처벌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김차기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따라서 감사원 특감이나 청문회 등을 통한 진상규명 작업은 활발히 진행하되 김차기대통령의 ‘사정자제’ 방침에 따라 관련자를 대규모 사법조치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의 한 위원은 이와 관련, “현재 진행중인 외환위기 특감이나 개인휴대통신(PCS)사업을 비롯한 기간통신산업과 전자주민카드사업 특감도 정책결정의 오류나 중복투자 과잉투자 여부가 조사의 중점”이라고 말했다. 김차기대통령은 이같은 진상규명 작업과 함께 앞으로 더이상의 공직자 부정부패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법령과 관행의 정비에 주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에 의한 인적 개혁이 아니라 제도적 개혁을 통해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