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올라 가격경쟁력이 나아지면 뭘 합니까.수출대금이 들어오지 않아 수출용 원자재를 살 돈도 없는데요』 22일부터 주요 시중은행들이 연말결산에서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 의무비율을 맞추기 위해 수출환어음 할인을 중단, 연말에 거의 모든 수출기업이 온통 초비상이다. 23일 무역업계와 수출업체들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포항제철 등 신용도가 국내 최상급으로 분류되는 기업들조차 은행들이 수출환어음 할인이나 신용장(LC)개설을 거의 중단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일람불 어음으로 수출하는 반도체는 어음할인이 되지 않아도 10일 뒤에 대금이 들어오지만 가전 등은 외상기간이 60∼90일이 넘어 내년 3월경에나 수출대금을 받을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평소 월10억달러에 이르던 수출대금이 이달에는 4억∼5억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LG전자도 23일부터 모든 거래은행이 수출환어음은 물론 일람불환어음 할인까지 중단, 연말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LG전자 자금담당자는 『매년 연말은 연간수출 실적 올리기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당장 수출대금이 들어오지 않아 큰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량기업인 포항제철도 연말 10일간의 수출물량 1억달러어치중 로컬LC를 개설하지 못해 2천만달러어치를 수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현대자동차는 수출환어음 할인이 안돼 대금회수가 두달후에나 가능하지만 수출로 내수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부득이 이달하순에 2만5천여대를 일단 선적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한국무역협회가 23일 종합상사 섬유류 반도체 생활용품 등 주요수출기업 30개사를 긴급조사한 결과 수출액의 64%만을 은행권이 수출환어음 형태로 매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수출용 원자재 도입액도 70%만 은행에서 소화되고 있어 자금난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7대 종합상사의 수출은 11월까지 전년 동기대비 9.2% 증가하는 등 비교적 호조를 보였으나 이번주 들어 수출입 금융이 마비되면서 연말 목표치 달성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이영이·박내정·박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