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4·19세대 문인들,문학인생 결산…김원일씨등 전집 발간

입력 | 1997-11-17 07:52:00


한국현대문학사에서 가장 두꺼운 지층을 형성하고 있는 4.19세대 문인들이 잇따라 자기문학의 결산을 펼쳐보이고 있다. 소설가 김원일씨는 66년 데뷔 이래 쓴 중단편소설 57편을 망라해 최근 문이당에서 「중단편전집」을 냈고 이청준씨는 내년 3월부터 열림원에서 약 30권분량에 이르는 전집을 내겠다고 최근 밝혔다. 4.19세대 문인들의 「요새」였던 문학과 지성사에서는 그 세대 작가들의 문학을 정리하는 「우리문학 깊이읽기」시리즈를 12월부터 내놓기 시작한다. 4.19세대 문인중 환갑을 맞는 순서대로 소설가는 작가론, 시인의 경우는 시전집을 발간할 계획인 것. 첫 대상자는 12월 환갑을 맞는 소설가 홍성원씨. 98년 환갑을 맞는 황동규 시인의 시전집 발간이 그 다음 순서로 준비돼 있다. 문이당에서 5권짜리 중단편전집을 낸 김원일씨는 『이제 더 이상 문제적인 중단편을 써 낼 수 없을 것 같다』며 『지난 세월 동안 여기저기 선집으로 수록했던 중단편들을 다시 교정보아 결정판으로 이번 전집을 냈다』고 밝혔다. 『환갑 이전에 전집을 묶어내겠다』는 이청준씨의 생각은 김원일씨와는 사뭇 다르다. 그는 『환갑이 지나 전집을 발간한다는 것은 묘비를 세우는 것과 같은 행위다. 창작적 에너지가 아직 충만할 때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중간정리로서 전집을 발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청준씨의 경우 작고한 문학평론가 김현씨가 이미 80년대에 이씨의 작품을 주제별로 분류해 「병신과 머저리」를 1권으로 내세운 전집기획안을 마련해 놓은 일이 있다. 4.19 세대의 전집발간은 우선 문학연구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학계에서는 전집발간으로 이들의 작품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면 현재 1950년대 문학작품들과 작가 정도에 멈춰있는 박사학위 과정의 문학사연구가 4.19 세대로까지 본격적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4.19 세대 작품의 「작가 공인 결정판」이 나오는 것도 의의. 이미 이들의 작품이 대학강의실의 교재로 채택되고 있지만 대개의 작품이 수십년 동안 조금씩 고쳐져 여러 선집에 수록됐기 때문에 강의자들은 어느 판본을 채택할지 난감해했기 때문이다. 4.19세대의 문학적 정리는 90년대 이후 본격화된 「한국 현대문학사의 세대구획작업」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30대 평론가 우찬제씨(건양대 교수)는 『인간존재를 「참을 수 없이 무거운 존재」로 받아들이고 진지하게 성찰하는 4.19세대의 창작자세는 탈(脫)이데올로기 및 가상현실적 감성의 90년대 문학의 출현 이후 30년만에 근본적인 도전을 받게됐다』며 이들의 정리작업을 통해 60∼80년대까지의 문학은 무엇이며 90년대 문학은 이들과 어떻게 구별되는가가 보다 확연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은령기자〉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