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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오염]육류-과일등에 병원균 사시사철 창궐

입력 | 1997-11-14 07:43:00


독성대장균인 O―157. 항생제 투여로 간단히 치료될 줄 알았던 이 균은 죽어가면서 치명적인 독소를 내뿜었다. 「가미카제」특공대처럼 상대와 함께 죽는 「비수」를 품고 있었던 셈이다. 이 사실을 몰랐던 일본 보건당국은 항생제 치료를 시도하다 오히려 사망자수를 늘리는 대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병원균을 정복하려는 인간과 이를 피해 교묘하게 변신하는 세균의 역습 또한 만만치 않다. 여름철에만 잠깐 창궐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병원균은 이제 사시사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병원균은 쇠고기를 비롯한 육류와 채소 과일 그리고 어류와 패류 가공식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식품에서 우리의 건강을 노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본부 독성연구소 박종세소장은 『병원균에 의한 식품오염이 화학물질과 중금속에 비해 더 광범위하다』고 지적했다. 육류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변종 대장균에 오염되고 닭고기는 식중독균에, 안전하다고 믿었던 계란은 살모넬라균의 주된 감염 통로가 되고 있다. 야채와 과일에는 주혈원충과 같은 원생동물이, 미국에서 유통된 딸기에서는 A형간염바이러스가 검출되기도 했다.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은 O―157 피해가 확산되자 최근 『모든 식품이 오염되어 있다고 가정해 다뤄야 한다』고 선언했다. 미국정부는 「식품안전 비상령」을 발동하고 육류에 대한 세균검사를 90년만에 부활하는 등 부산떨고 있다. 첫번째 경계의 대상은 마구 수입되는 농축산물. 이들로 인해 우리의 「식탁」은 이미 위험수위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금년 상반기중 세균감염과 부패로 인한 수입식품의 부적합 판정률은 절반에 가까운 42.8%. 쇠고기 돼지고기 등 축산물은 5백93t이 부적합 판정을 받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세계 제일의 위생국가」로 자부하던 미국의 부적합 판정률이 42.8%나 돼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내외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식품안전에 대한 국내 공급자와 소비자의 인식은 여전히 낮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과 무허가 식품이 대형 백화점에서 공공연히 판매되고 있고 음식점에 대한 위생검사는 겉치레에 그치고 있다. 급격한 고기 소비증가에도 불구하고 유통과 보관 기술은 여전히 열악한 수준을 맴돌고 있다. 냉장고를 맹신하는 소비자의 인식도 병원균의 대공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식품오염을 단순히 통상차원으로 대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국민건강차원으로 시각을 전환, 정부와 공급자 소비자가 파수꾼으로 나서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최수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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