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인종 지역갈등의 수렁에 빠진 인도를 고속성장의 길로 이끈 주인공으로 칭송받던 나라시마 라오 전총리(76)가 4일 법정에 서게 돼 인생유전의 모델이 됐다. 그는 91년 7월 총리재직시절 자신에 대한 의회 불신임을 피하기 위해 4명의 야당의원에게 3천만루피(약 7억6천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전직 고위관료 19명과 함께 지난 9월에 기소됐다. 그는 이보다 앞서 지난해 5월 총선에서 패배, 총리에서 물러난 뒤 문서위조와 수뢰 등의 혐의로 체포돼 전현직 총리로서는 인도 헌정사상 처음으로 형사재판에 회부됐었다. 당시 그는 83년 외무장관 재직시절 한 기업인으로부터 정부공사 발주와 관련 10만 달러를 받은 등의 혐의를 받았으나 구속유예 처분으로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전현직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실형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뇌물을 받은 한 의원이 수뢰사실을 증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오 전총리는 한때 인도의 영웅이었다. 파탄직전의 경제가 한해 경제성장률 10%를 기록할 만큼 살아나자 그는 「개혁개방의 기수」로 불렸다. 특히 그는 총리에서 물러나기 전인 지난해 1월 서슬퍼런 「사정의 칼날」을 휘둘러 1백63억원 규모의 인도 역사상 최대 수뢰사건을 적발했고 이에 따라 제1야당 당수 등 야당지도자 7명과 현직 장관 7명을 사임시키거나 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이제 그 자신이 역사의 재판정에 서 「부메랑의 화살」을 맞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