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동대문을 운행하는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30대 주부다. 며칠전 임신 9개월의 몸으로 친구와 동대문시장에 들렀다가 귀가하려고 버스에 올랐다. 빈 자리가 없기에 뒤편으로 가서 손잡이를 단단히 잡고 섰다. 마침 앞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이 앉고 동료학생들이 긴 뒷자석을 메우고 있었다. 임신부인 내가 서 있으니 부담스러웠던지 한 학생이 운을 뗐다. 『웬 할머니가 버스에 타자마자 자리 옆으로 오더니 막무가내로 양보를 강요했다』면서 『늙었으면 자가용을 타든지, 그럴 팔자가 되지 않으면 집구석에 있든지 하지 왜 피곤한 학생들한테만 와서 양보하라는지 모르겠다』 『학생이 봉이냐』면서 마치 들으라는듯 떠들었다. 그러자 모두들 키득거리고 웃어댔다. 그냥 서 있자니 얼마나 무안한지 슬그머니 자리를 옮기고 말았다. 도대체 어쩌다 아이들 심성이 저리 됐을까 안타깝기까지 했다. 학생들의 피곤함이야 알고도 남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켜나가야 할 미덕은 있는 법이 아닌가. 고금숙(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