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의 승패를 좌우하는 열쇠는 투수력. 포스트시즌과 같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투수력의 우열은 승패와 직결된다. 이 경우 투수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과제는 이른바 「생각하는 투구」다. 「생각하면서 던지고 던진 뒤 다시 생각하라」는 명제는 단기전에서 더욱 중요하다. 가장 바람직한 투구패턴은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을 치도록 타자를 유도하는 것. 타자가 어느 공에 관심이 있는지를 읽고 던지는 공의 구질과 코스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삼성 선발 김태한은 지나치게 단조로운 피칭으로 타자의 의중을 읽는데 실패했다. 전날 1차전에서 몸쪽 공이 난타당한 사실을 간과해 타자의 몸쪽이나 가운데로 공을 붙이는 우를 범했다. 삼성은 또 9회 투수진이 바닥난 탓도 있겠지만 최고구속이 1백30㎞에 불과한 성준을 마무리로 내세운 것이 패인이었다. 성준은 타자를 압도하는 강속구 투수가 아니라 제구력과 변화구로 타자들을 속이는 투수이기 때문에 마무리 상황에서의 기용은 적절치 못했다. LG 이상훈이 8회 신동주에게 뼈아픈 3점홈런을 허용한 것도 노스트라이크 원볼에서 타자가 좋아하는 몸쪽 직구를 갖다붙인 결정적인 실투였다. 「타자가 가장 좋아하는 곳에 약점이 있다」는 말이 있다. 필자도 현역투수시절 승부처에서 타자가 좋아하는 쪽의 볼로 유도, 재미를 본 경험이 있다. 역으로 타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코스로 투수가 공을 던지도록 원하지 않는 코스에 관심을 보이는 일종의 속임수도 때로는 필요하다. 장호연(야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