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하고 재미없고 어렵기만 한 과학. 어쩌면 그건 어른들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 갓 말문이 트인 어린 아이들을 보라. 장난기를 머금은 눈망울엔 온갖 호기심과 궁금증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위대한 과학자의 모습이 이럴까. 스위스 태생의 동화작가 엘레오노레 슈미트가 그리고 쓴 과학 그림동화. 그림을 통해 주변의 자연현상을 쉽고 재미있게 풀었다. 「우리를 둘러싼 공기」 「물의 여행」 「살아 있는 땅」(비룡소 펴냄)은 생명을 낳고 키우는데 더 없이 소중한 물 공기 땅의 「일생」을 담았다. 설명투가 아닌 아기자기한 이야기로 「그렸다」. 「물의 여행」.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구름을 만들고, 몸이 무거워지면 빗물을 뿌린다. 바람을 타고 저 산 꼭대기 위로 올라간 구름은 어떨까. 공기가 차가워지면 꽁꽁 얼어붙은 물방울들이 눈송이가 돼 온세상을 포근한 「눈 담요」로 덮는다. 골짜기에 모인 물은 땅을 헤치고 씩씩하게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작은 개울을 이루고 개울이 모여 시내를 만들고 벼랑 끝에서 멋진 폭포가 되어 훌쩍, 뛰어내리기도 한다. 한동안 호숫가를 거닐다가 마침내 바다의 품에 안긴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시원시원한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아이들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아, 「바다의 고향은 구름이었구나…」. 「살아 있는 땅」. 땅은 생명체와 같다. 흙 한줌에는 놀랍게도,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 수보다 훨씬 더 많은 생명체가 숨쉬고 있다. 땅은 물을 깨끗이 걸러주고 쌀과 밀 같은 곡식을 키운다. 석유나 천연가스 같은 연료도 퍼준다. 사람들은 땅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꺼내 쓴다」. 땅은 다시 그것을 만들어내지만 사람들이 꺼내 쓰는 속도가 너무 빨라 항시 「빈속」이 쓰리다. 「우리를 둘러싼 공기」.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 그러나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화한다.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되기도 하고 폭풍으로 뒤바뀌기도 한다. 바람이 산에서 몰고 오는 공기는 말간 얼굴에 향긋한 풀냄새를 풍긴다. 그러나 도시에 다가서면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자동차 매연과 공장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캐한 연기가 콕콕 코를 찌른다. 최윤정씨(문학평론가)는 이 책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 땅의 생명, 물의 움직임에 대해 「설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자연과의 친화력을 체험하게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자연이 본래 그러하듯이 말로 떠들지않고 조용해서 아주 좋다』고 말했다. 〈이기우기자〉 ▼전문가 의견▼ 어린이들은 글을 읽기 전에 먼저 그림을 「읽는다」. 그래서 동화의 그림은 정확하고 친절해야 한다. 이때문에 일러스트레이터들은 눈에 보이지않거나 자주 모습을 바꾸는 대상, 예컨대 공기 물 흙을 그리는데 여간 애를 먹는 게 아니다. 자연의 리얼리티를 생생하게 표현하는 엘레오노레 슈미트의 과학동화는 그림으로 담기 어려운 대상을 처리하는데도 놀라운 솜씨를 보여준다. 또 그림마다 부드럽고 따뜻한 분위기가 감싸고 있어 아이들이 그 속에서 함께 뛰어놀며 마음껏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굳이 옥의 티를 잡는다면 배경묘사가 「어쩔 수 없이」 우리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아영(일러스트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