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신한국당의 「9.30」 전당대회 직후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대선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자 각 대선 후보 진영에서는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특히 그동안 줄곧 2위를 지키다 3위로 밀려난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 진영에서는 충격속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신한국당 지도부는 이회창(李會昌)후보가 이인제 전경기지사를 박빙(0.2%)이지만 처음으로 따돌린 것에 대해 상당히 고무된 표정이었다. 당지도부는 대체로 당 내분이 진정국면에 들어선데다 전당대회를 통한 새 체제 정비에 대한 기대감이 조사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1위인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후보가 13.5%포인트나 앞선데 대해서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국민회의는 김대중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요즘 완만한 상승세를 타고 30%를 넘어서고 있고 당선가능성도 50%대를 넘어서고 있는 점을 반기는 분위기다. 박지원(朴智元)총재특보는 『이인제전지사의 하락은 이미 예상됐던 일로 이전지사가 신당을 창당하면 거품이 더 빠질 것』이라며 『여권 성향인 이회창 이인제 조순(趙淳)민주당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는 대선까지 70여일 동안 어떤 변수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일희일비(一喜一悲)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후보는 낮은 지지율에 괘념치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지지율보다는 전략적으로 대선판도를 어떻게 짜느냐가 중요하다는 게 자민련측의 판단이다. 그러나 실무진은 『충청권에서 김후보의 지지율이 제로나 3∼4%로 나오는 게 이해가 가느냐』며 여론조사의 신빙성을 지적하면서도 내심 전반적인 경향이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 조순후보 진영에서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한자릿수로 곤두박질한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으나 묘책이 보이지 않아 부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조후보 진영은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총재취임 후 당내 불협화음 △외부인사의 영입 부진 △이인제전지사와의 연대설 등을 들고 『빠른 시일내 지지율을 회복하지 않으면 어렵다』면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이인제전지사 진영은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되자 발칵 뒤집혔다. 이전지사 진영은 그동안 경선불복 등 악재에도 불구, 부동의 2위였는데 이날 갑자기 지지도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자 『여론조사 방법이 잘못된 결과』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전지사측은 1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임시대책회의를 열고 「여론조사의 사각지대인 평일 오후 2∼6시 사이에 조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긴급성명서를 작성, 가두에 배포하기도 했다. 〈이원재·김재호·정연욱·이철희·정용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