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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군사지도 바뀐다]美-日 대등한 조건서 군사협력

입력 | 1997-09-23 20:12:00


《새로운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은 동북아 군사질서의 재편을 예고한다. 일본의 군사역할 범위를 확대, 한반도와 대만해협의 유사시에도 자위대가 일정한 군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어디로 갈 것인가. 미국의 의중은 무엇인가. 그리고 한국과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새 가이드라인의 의미와 파장을 3회에 걸쳐 시리즈로 분석한다.》 지난 7월 캄보디아 내전 때 일본정부는 자국민 구출을 내세워 자위대 수송기를 태국에 파견, 인근국가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캄보디아내 일본인을 피란시키기 위한 「준비행위」였다지만 그 무렵 캄보디아는 평정을 되찾았고 프놈펜공항도 정상이었다. 이것은 오히려 미일(美日)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개정을 위한 「준비행위」였다. 며칠후 수송기는 빈 손으로 돌아왔다. 일본총리와 방위청장관은 『향후 법을 고쳐 자위대함정도 파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본국내에서는 법적근거와 절차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앞으로 일본정부는 인접국이나 국내비판세력의 눈치를 훨씬 덜 보면서 이런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23일 발표된 가이드라인개정 최종보고서는 일본주변의 유사시에도 자위대가 관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일본이 직접 침공받았을 때(전수방위)뿐만 아니라 한반도 등 주변의 유사시(이른바 「주변유사」)에도 자위대가 일정한 군사행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한반도도 제한된 범위에서 일본자위대의 작전지역에 포함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신(新)가이드라인은 기본적으로 냉전후 아태지역에서의 미일군사협력강화를 명분으로 한다. 그러나 이것은 과거의 안보조약에 따른 미일 「주종관계」에서 탈피, 일본이 미국과 「대등관계」에서 협력하고 행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 「주변유사」에서 가장 먼저 상정된 것은 한반도다. 가이드라인 개정의 초점인 주변유사시의 미일군사협력항목은 94년 북한의 핵개발의혹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극대화했던 시기에 일본이 연구해 두었던 내용이 기초를 이룬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져 난민이 밀리고 미사일이 날아들거나 게릴라가 잠입해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내 일본인들은 어떻게 구출할 것인가. 이런 문제들에서 출발한 주변 긴급사태에의 대응태세 정비는 미국의 동북아전략 수정과 맞아떨어졌다. 때맞춰 미국은 미일안보 재정의(再定義)를 통한 「실질적 책임분담론」을 들고 나왔다. 이는 미군비용의 분담과 일정한 역할분담을 뜻한다. 미일양국은 「한반도 유사」를 시발로 「극동 유사」를 논의했고 다음 단계에선 아예 지역을 한정하지 않는 「주변유사」로 발전시켰다. 6.25가 경찰예비대(자위대의 전신)창설의 계기로 작용한 것처럼 패전후 일본은 주변지역의 위기 때마다 군사력을 증강하고 미일동맹관계를 강화했다.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에서도 한반도의 전쟁위험성이 가장 큰 빌미를 제공했다. 그러나 신가이드라인의 적용범위는 한반도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일양국은 신가이드라인이 중국을 겨냥한게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대만해협이 적용범위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미일 어느쪽도 부인하지 않는다. 가이드라인의 바탕인 미일안보조약에도 그렇게 규정돼 있다. 이는 중국을 시야에 넣은 것이다. 신가이드라인은 나아가 군비증강과 현대화를 서두르는 동남아 각국을 견제하고 이들 지역의 갈등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도 마련했다. 아울러 인도양과 걸프해역의 해상교통로 안전확보를 위한 활동도 고려에 넣고 있다. 일본은 5년동안 약 25조엔을 투입해 최첨단무기를 도입, 군비를 증강하고 자위대를 개편하며 방위청 정보본부를 보강한다는 계획을 작년부터 실행하고 있다. 신가이드라인으로 뒷받침될 군사역할 증대와 군비증강이 병행되는 셈이다. 이는 동북아 군사질서의 재편을 가속화할 것이 확실하다. 〈동경〓윤상삼특파원〉 ▼ 가이드라인 최종보고서 내용 ▼ 미일(美日)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개정 최종보고서는 △평상시 △일본에 대한 무력공격(일본유사)발생시 △일본주변 유사사태(주변유사)발생시 등 세가지 상황을 상정, 각 경우의 미일협력방안을 규정했다. 이들 가운데 종전에 비해 양적 질적으로 가장 주목되는 것은 한반도 등 일본주변 유사시의 대응방안이다. 「주변유사」를 상정, 가이드라인에 새로 포함된 항목만도 40개에 달한다. 우선 「국제사회 평화와 안전의 유지를 위한 국제적 경제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해상에서 일본이 불시에 외국선박을 검문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선박검문은 유엔의 경제제재 결의가 있는 경우로 한정했다. 또한 자위대 항공기를 파견, 해외거주 일본인의 본국수송을 가능케 했다. 「비전투원의 신속한 구출」이 원래의 취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일본 군용기의 해외파견을 합법화했다. 미일양국이 특히 관심을 기울인 것은 미군활동에 대한 일본의 지원강화. 보급 수송 통신 등의 후방지원과 미군의 일본시설 사용권한을 대폭 늘렸다. 먼저 자위대 시설이나 민간공항, 민간항만에서 미군함정이나 항공기에 일본이 무기와 탄약을 제외한 각종 물자와 연료를 제공할 수 있게 했다. 또 미군의 인원과 물자(무기및 탄약 포함)및 연료를 일본내에서는 물론 공해상의 미군함정에 일본이 수송할 수 있게 했다. 미군함정 항공기 차량의 수리 정비와 미군 부상자 치료, 미일 관계기관간 통신을 위한 주파수 및 기기 제공도 후방지원으로서 새로 추가했다. 아울러 미군이 자위대 시설은 물론, 일본의 민간항만과 공항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일본은 미군 항공기에 대해 자위대 비행장 사용을 허용하고 훈련 및 연습구역도 제공하도록 했다. 일본은 자국영해는 물론 일본주변 공해상에서의 기뢰제거작업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새 가이드라인은 일본유사시 미일 「공동작전계획」의 수립을 검토하고 외국의 일본침공에 대해서는 미국의 협력아래 일본이 격퇴하도록 했다. 평상시에는 양국이 국제평화유지활동에서 상호협력하고 조정기구를 구축키로 했다. [새 미일 방위협력지침 주요사항] △평시 ·국제평화유지활동에서의 협력 ·양국 조정기구 구축 △일본 유사사태 발생시 ·공동작전계획 수립 ·일본이 방어, 미국이 협력 △일본 주변 유사사태 발생시 ·경제제재를 위한 선박검사 ·미군의 일본 민간항만 및 공항 사용 ·무기 및 탄약을 제외한 물자제공 ·미 함정 및 항공기에의 물자수송(무기 탄약 포함) ·연료보급 및 부상자 치료 ·일본영역 및 공해상에서의 기뢰제거 ·자위대에 의한 해외일본인 구출